남자들의 놀이터, 홈디포(Home Depot)에서 먹는 이탈리안 소시지


미국에 처음 이사 와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집을 구하러 다닌 일(아, 비싼 뉴욕의 집세여!), 그리고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그 집을 예쁘게 꾸민 일이 아니었나 싶다. 

한 국에는 내년에 오픈한다는 저렴하고 괜찮은 IKEA 물건을 정당한 가격(한국에서는 프리미엄 가격이 너무 심했다.)에 잔뜩 구매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웠고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인기가 많은 가구점인 westelm이나 crate & barrels 등의 신선한 가구점들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쓸 침대며 책상, 작은 숟가락 하나하나까지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는 '혼수'나 '예단'같은 걸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결혼식만 훌쩍 해치우고 온 상태였고, 시부모님을 생각하며 맞춰드려야 하는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저 우리의 경제상황에 맞춰 집을 꾸미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또한 그 장점이 바로 단점이었으니, 주머니에 찔러넣어 주는 부모님의 돈 없이 큰 가구들을 덜컥 살 수가 없었다는 것. 아무리 세를 사는 입장이지만 처음으로 시작하는 신혼살림을 예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우리의 주머니 사정을 우왕좌왕하며 계산을 하고 또 하곤 했다. 결국, 남편의 제안으로 '홈디포(HOME DEPOT)에 가게 되었는데. 이 어마어마한 크기(아마도 코스트코 정도, 혹은 더 크지 않을까)의 쇼핑몰 안에는 각종 공구들은 물론이고, 집을 짓고 꾸미는 데 필요한 모든 것 문짝, 문고리 하나하나부터 페인트, 벽돌, 시멘트, 나무까지 없는 게 없다!





시 간과 힘만 있다면, 그리고 땅이 있다면 집 한 채 이곳에서 다 지을 수 있을 정도다. 진짜다! 그렇게 나를 놀라게 하고, 나를 가장 흥겹게 한 미국의 쇼핑몰로 자리 잡고 있는 홈디포. (패션)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들조차 이 쇼핑몰에서는 뛰어다니며 사랑한다 하여, 몇몇 여자친구들은 이곳을 '남자들의 놀이터'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집 인테리어를 그저 두고 살다가 최근 선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고 결국 우리는 다시 홈디포를 찾았다.


나무를 사면 크기에 맞추어 잘라주기까지 한다.


힘겹게 노동을 하고 나왔더니 배가 출출하다. 홈 디포 우드사이드 점과 같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Rocco's'는 자신의 집을 꾸미다가 온 사람들, 혹은 집과 관련한 공사 노동자분들이 일하다가 막 뛰어 나온 모양새로 줄을 서 있는 한국의 '기사식당'과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관 사진은 www.tripadviser.com 사진


이미 지난번에는 필리 치즈 스테이크처럼 유명한 미국인들의 샌드위치를 소개했는데, 이곳은 필리 치즈 스테이크만큼이나 이탈리안 소시지가 유명하다.

사 실 미국에서 '소시지'하면 한국에서 상상하는 소시지가 아니다. 돼지 창자에 간고기가 잔뜩 들어가 있는 뚱뚱한 녀석인 이탈리안 소시지나 독일식 큰 소시지들을 '소시지'라고 부르고, 한국에서 우리가 먹는 것을 보통 '핫도그'라고 부른다. 

이탈리안 소시지는 이렇게 생겼다.



물론 슈퍼마켓에서 파는 것은 훨씬 작은 사이즈로 나뉘어있기는 하지만 보통 이렇게 큰 순대 모양이다. 가끔 집에서 간단하게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먹을 때 이탈리안 소시지를 함께 삶아 먹곤 한다(잘못하다 태울까 봐). '로코스'에서는 두 가지 맛을 파는데, 달달한 맛, 그리고 매운맛을 판매하고 있다. 달달한 맛이라고 해서 단맛이 나는 것은 아니고, 너무 짜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고기의 맛을 만들어준다고 할까. 어쨌든 나는 언제나 로코스에 올 때처럼 '매운맛'을 선택하였고, 이렇게 속까지 잘 익혀서 구워주니 즐겁지 아니한가. 역시 소시지는 삶는 게 아니라 기름에 볶아먹어야 한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지만,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필리 치즈 스테이크와 이탈리안 소시지.

 

▲이렇게 많은 소시지를 끊임없이 구워내고 있는 로코스. 사람들의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계속 구워내는 모양.

▲양파와 피망도 계속 구워낸다. 왼쪽은 아직 덜 익은 소시지와 양파. 오른쪽은 익은 것들.


▲생각보다 크기가 꽤 커서 반으로 뚝 잘랐는데도 하나를 다 먹으려면 한참이 걸린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안 소시지의 광팬이라서, 우걱우걱 콜라와 함께.

▲양파, 피망이 잘 캐러멜라이즈드 되었다. 나는 그 위에 머스터드와 케첩을 투하!


▲양파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소시지만 넣어 먹고 있지만, 소시지 자체가 워낙 두텁고 맛있어서 그 자체로도 볼만하다. 그리고 라지 사이즈를 골랐다


▲소시지 옆에서 빵도 살짝 구워주시고.

▲구입하고 바로 가게 안 스탠드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신다. 딱 봐도 오늘 집 고치다 뛰어 오신 분들. 여자 손님은 나 혼자?! 자랑스럽다.


뉴욕에는 홈디포 매장이 여러 군데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집에서도 가깝고, 이탈리안 소시지를 먹기 위해서라도 우드사이드점을 주로 간다. 또한, 맨해튼에서 다리를 건너야 하는 귀찮음이 있는데도 굳이 이곳에서 구입하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 뉴요커 친구를 알고 있다. 오로지, 로코스 이탈리안 소시지를 먹기 위함이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우리는 사포질을 하고 기름을 먹여 거실에 이렇게 선반 세 개를 만들었다.




새로 산 참나무 냄새가 은은하다. 이 노동을 끝내고 나니 한국의 곱창, 막창, 순대가 문득 먹고 싶은 건 다 이탈리안 소시지 탓이다!

위치: 5010 Northern Blvd, Long Island City, NY 11101


가격: 이탈리안 소시지 7~10달러(크기별로 가격차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