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나는 이미 뉴욕에서 보기 힘든 감나무가 우리집 뒷뜰에 있다고 자랑삼아 말한바 있다. 

봉투 가득 안겨주신 아름다운 감들. 사실 갯수가 그리 많이 되지는 않지만(20개 정도?) 그래도 이 녀석들이 한번에 다 익으면 하루종일 홍시만 먹어야 하니까, 단 둘이 사는 신혼집에는 좀 많은 갯수다.



가끔씩, 과일을 사고 다 먹지 못할 것 같으면, 집에 있는 식품 건조기를 이용해서 과일을 말려놓고 간식으로 먹곤 하는데, 친구들이 놀러올 때 '내가 만든거야!' 하고 자랑스럽게(!) 말을 할 수도 있고 해서 종종 이 건조기를 이용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감 녀석들을 곶감으로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이런 분야에 전문가인 엄마에게 자문을 구했다(우리어머니는 요즘 집 주변에 있는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시며 야생 밤, 감, 산딸기 등을 한아름씩 안고 말리고, 졸이고, 술담고... 등등의 재미로 사신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어머니는 하루종일 생밤을 까서 주변 친지들에게 한봉지씩).


엄마와 화상채팅을 하고 난 후, 나는 아무 감이나 곶감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단감으로는 곶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나? 내가 받은 감이 홍시가 되는 감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는, 지금 깎아서 먹어보라 하셨다. 떫으면 곶감을 만들 수 있고, 달달한 단감이면... 그냥 빨리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다행히 입안이 쩍하고 달라붙을 정도로 떫은 '땡감'!!!!!!!!


단감과 홍시가 되는 감의 모양차이는 이렇다.



그래서 나는 일단 엄마의 충고대로, 감의 껍질을 모두 잘 벗겨내고, 말려보기로 결정.

       감 건조를 시작한 후 그 다음날.


한가지의 문제는 건조기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이렇게 억지로 건조기를 층층이 올려두다보니, 감에 무늬가 생겨버렸다. 하지만 계속 고고.


본래 감이 잘 마르려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덜 익었을 때부터 오랫동안 말려야 한다는데, 일단 날씨도 차가워진데다, 밖에 뒀다가 벌레들이 꼬여들까 무서워서 건조기를 이용했다. (전기세가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자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이 감들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죄책감은 감수.)


꼬박 26시간쯤 지났을 때 꺼내보니 완전한 곶감을 되지 않았지만, 꼬들꼬들 말려진 것이 맛이 아주 좋았다. 비싼 곶감처럼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정도에서 스톱!


반건조, 무늬가 가득한 곶감이 완성되었다!




이미 몇개는 내 입속으로 들어가고 난 상태. :)


워낙 곶감을 좋아하는지라, 이 갯수도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 멋진 감을 선사해주신 주인아저씨께 사례하지 않을 수 없어 몇개를 들고 아저씨 댁의 초인종을 딩동.


"이게 뭐야?"

"저희한테 주신 바로 그 감이에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말려서 먹는답니다."

"이게 내가 준 바로 그거?"

하나를 입에 덥썩 무신 아저씨의 입가에 웃음이 싸악 번졌다.


"우리가 가을마다 감이 많이 나서, 친척들도 주고, 친구도 주고 그랬어. 이렇게도 먹을 수 있네 하하하."


그리고 정확히 10분후  우리집 초인종이 울렸다.


주인집 아저씨가 또 감 한보따리를 들고 계셨다.

"저기, 내가 이걸 다 줄테니까, 그 중에 10퍼센트만 말려서 나 주고 나머지는 다 가져. 친구들한테 먹어보라고 주고 싶어서 ^^;;"


이렇게 나는 한국(반건조)곶감 전도사가 되었다.

나는 지금 다시 집에 한아름 배달된 감 돌려깎기를 하고 있다.




*남편의  웹서치로 우리가 한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감은 중국에서 물론 제일 많이 소비하고, 그다음이 한국 일본 순인데, 브라질, 아제르바이잔 다음으로 이탈리아가  많이 먹고 있다고 한다. 우리 집 주인 아저씨가 이탈리아 이민 2세라서, 아마도 부모님이 심어둔 감나무를 가지고 있었던 것. 뭐가됐든, 곶감을 좋아하는 분을 만나서 나는 기분이 뛸듯이 좋은 상태 :)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