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고의 크레이프 케이크






아무래도 이런 홀리데이 시즌이 되면 나처럼 조금 예민하고 시니컬한 사람조차 달달하고, 따뜻하고 로맨틱한 것을 그리워하게 된다. 워킹타이틀사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싶고, 크리스마스트리도 잘 꾸며보고 싶고, 선물도 주고(또한 받고) 싶다. 뭐 그런 기분 살랑살랑한 이 뉴욕의 겨울.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펑펑 눈이 온다.



또 옛날 이야기하면 연식이 좀 나오는데, 요즘 방영하는 <응답하라 1994> 언니들하고 나이가 조금 비슷한 편이다. 나도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커피숍에서 미팅해본 세대! 그래도 우리 때 가장 분위기 좋고 조금 비싼 커피숍이라고 하면 (아마 지금도 아직 남아있는 것 같던데) '라리'였다. 압구정에도 있고, 이대 후문에도 있었는데 친구들 말에 따르면 그곳에서 선보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여튼 커피값도 비싸고 케이크값도 비쌌지만, 압구정동에 살던 같은과 친구가 아직 촌스러운 나 같은 친구들 몇몇을 이끌고 생전 처음으로 '크레이프 케이크'라는 걸 먹게 해줬다. 


얇게 구운 보드라운 크레이프 여러 장 사이에 켜켜이 들어간 크림의 맛. 내가 포크로 폭 찍어 먹으려 하자 압구정동 친구가 내 손을 톡 치면서, "이건 말야, 그렇게 먹는 게 아니야. 이렇게 예쁘게 돌려먹는 거라고."라며 우아하게 먹는 법까지 가르쳐줬던 바로 그 케이크. 그런 일화가 있어서인지 그 이후에도 크레이프 케이크를 볼 때마다 촌스럽고 멋모르던 어린 대학생이었던 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랬던 내가 지금, 어쨌든 뉴욕에서 살면서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크레이프 케이크 가게 앞에 서 있는 것이다. <Lady M Confections>는 케이크 좋아한다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좀 알려진 곳인데, 맨해튼에 세 개의 지점이 있다. 


나 는 브라이언트 파크에 있는 이곳을 몇 번 들러 먹어본 적이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플라자 푸드 홀에 있는 레이디 M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일단 브라이언트 파크에 있는 레이디 M은 카페 형식으로 생겨서 커피와 함께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고 갈 수도 있다. 


플 라자 푸드 홀은 한국 백화점 지하 푸드 홀의 분위기를 낸다. 중간중간 음식을 구입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들이 있고, 레이디 M 이외에도 몇몇 유명한 베이커리와 간단한 음식점들이 있다. 지난번에 트럭음식으로 소개했던 루크 랍스터 롤도 이곳에 작은 코너를 가지고 있다.

▲호텔 '더 플라자 The Plaza'입구



▲호텔 로비를 지나 들어가면 이렇게 푸드 홀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나타난다.




▲먹고 싶은 것을 사서 잠시 앉아 먹고 가는 사람들.


▲이렇게 원형으로 생겨서, 이곳을 동그랗게 돌아보며 케이크를 선택하고 주문.

▲크레이프 케이크도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고르는데 고민이 된다. 

▲크레이프 케이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에클레어와 몽블랑도 있다. 다양하게 주문 가능.

▲격자무늬로 된 케이크 '체커스'는 초콜릿 케이크를 좋아하지만, 너무 많은 초콜릿은 버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

▲아시아 스타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스트로베리 케이크. 남편에게 생일날 꼭 이 케이크를 사달라고 할 테다.

▲각종 잡지에 실린 것을 자랑하는 코너. 자갓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늘은 집에서 기다릴 남편을 위해 직접 포장을 해왔다. 이렇게 예쁜 박스에 넣어준다.

▲크레이프 케이크 삼인방에 커피 한 잔은 필수죠.

▲접시 위에 예쁘게 얹겠다고 얹어봤는데 만지다가 좀 망가뜨리긴 했다. 

▲Signature Mille Crepe (6인치 40달러, 9인치 75달러)

▲Marron Mille Crepe (6인치 45달러, 9인치 80달러)

시그니처 크레이프 케이크에 밤 알갱이가 느껴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남편이 가장 좋아한 녀석. 


▲Green Tea Mille Crepe (6인치 45달러, 9인치 80달러)

확실히 Lady M이 일본식 케이크의 방식을 도입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건 그린티 크레이프 케이크. 부드러운 케이크 텍스처는 일본 스타일의 케이크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렇게 케이크 한 판에 (작은 것은 45달러, 대략 5만원) 9만원 정도 하니 이 세 조각에 23. 5달러라는 큰돈을 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나에 만원 조금 안되는 가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이 녀석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나는 친구가 알려준 방법으로 크레이프 케이크를 먹어보기로 했는데


▲이렇게 크레이프 사이에 포크를 끼워 넣어서

▲휙휙 말아주는 센스.

▲돌돌 말아주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다.


▲이렇게 예쁘게 말아서 크레이프랑 크림이랑 함께 먹어주는 게 친구가 알려준 방법. 우아하게 먹자.



▲하지만 남편은 내가 우아하게 말고 있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됐거든?!' 하는 얼굴 표정으로 푹 찍어 동강을 냈다. 하긴, 먹는데 무슨 방법이 있나? 맛있게 먹으면 장땡이라는 남편의 쿨한 스타일. 


위치

레이디 M은 맨해튼에 세 군데가 있는데 메인 부틱 41 East 78th St, 플라자 푸드 홀 One West 59th Street, 브라이언트 파크 36 West 40th Street. 이렇게 셋이고, LA에도 있다. 


그중 가운데 있는 곳이 플라자 푸드 홀. 센트럴파크 입구에 있어서 센트럴 파크를 구경한 후 잠시 들러 커피 한잔과 케이크를 먹어도 좋다. 


가격 한 조각에 8달러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