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끼리 사랑하면 문제가 되나요?


내가 대학교를 다니던 90년대 후반, <퀴어 영화제>의 공식적인 상영은 결국 무산되었고, 그 영화들은 대학교의 빈 강당을 돌며 게릴라 영화제와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왕가위 감독이 그리도 인기였던 시대,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피 투게더>는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여행중 시카고에서 발견한 레인보우.



재밌는 건 그 해, 내가 처음으로 유럽배낭여행을 떠났었다는 것이다. 파리에 도착했던 첫날, 설렘과 두려움을 가득 안고 생 미셸 대로로 향했던 나는, 도로를 가득 메운 '게이 프라이드'의 행렬에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그것이 내 인생 처음으로 목격한 페스티벌이었고, 그것도 유럽에 도착한 첫 날, 평생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각인된 이미지이다.  사람들은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상관하지 않고 트럭 뒤를 졸졸 따라가며 춤을 췄고, 연인들은 도로 곳곳에서 키스를 해댔으며, 행렬이 지나가는 길 위의 건물 테라스에서는 사람들이 그것을 구경하며 함께 춤을 췄다. 

나는 나름대로는 패션 업계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다. 함께 일한 사람들이 (직접 물어보지 않아도) 동성애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러한 게이 문화를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받아들였고 그래서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아니 사회에서 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에 대해 오히려 더 잘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심지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게이 조크를 주고 받을 정도로 함께 일하거나 어울렸던 동료였기 때문이다. 


얼마전, 미국 헌법 소원이 받아들여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각종 게이 결혼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DOMA, 즉 Deffense of Marriage Act, 배우자의 의미를 이성간의 관계로 정의했던 법이 위헌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아무리 동성간의 결혼을 인정한 주에서도, 이는 연방법으로 위헌이었던 것이다)그 달에 있었던 미국 곳곳의 게이 프라이드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생각해보라. 나는 인파가 무서워 아스토리아 집 안에 처박혀 있었지만.

사람들의 오해중의 하나는 서양은 모든 것이 진보적일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유럽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편이다. 이제서야 족쇄가 풀린 이 내용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보수적인 주에서 주 법을 바꿔주어야 하기 때문인데, 여전히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법을 바꾼다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


현재 나의 남편과 나, 사실은 우리 시부모님의 오랜 친구 가운데 동성애자인 분이 계시다. 그는 80년대 에이즈로 자신의 유능한 화가 애인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당시에는 에이즈 치료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다행히 본인은 건강을 유지하며 (본인의 표현이라면) 살아남아, 현재 건강하게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살고 있는 독신 뉴요커다. 어떻게 보면 70-80년대 미국 게이문화의 산 증인이고, 톰 행크스가 나왔던 영화 <필라델피아>처럼 아픈 경험을 겪고, 사람들의 모진 시선을 다 겪고도 경쾌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내 이웃이다. (언젠가 그와 개인적인 인터뷰를 이 곳에 담아볼까 한다)


2 년 전 쯤 한국의 게이문화에 대해서 인터뷰 및 취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몇명은 자신의 사진을 기사에 넣는 것을 꺼려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물었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과연 세상이 바뀌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이 온갖 끔찍한 협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친구들을 보호해야 하노라고. 게이 클럽은 어떤지 모르지만 레즈비언 클럽을 남자들에게 오픈하면 술취한 남자들이 들어와 난장판을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소가 어딘지도 암암리에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레즈비언 하면 에로무비 여배우가 되어줄줄 아는 형편없는 남자들이 은근히 많다'고도 했다.


며칠전에는 러시아에서 게이 프라이드를 공권력으로 무자비하게 밟고 있는 장면들이 인터넷 곳곳에 떠돌았고 이는 매년 계속 자행되고 있다고 한다.


*아래는 오늘 나의 후배가 뉴질랜드의 9선 의원 (심지어 중도 보수파라고 한다)의 국회연설내용을 올린 장면이다. 이분이 왜  9선이나 하셨는지 대략 알 수 있는 대목이다(친절하게도 한 네티즌이 한국어 자막을 넣어주셨다).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오늘 블로그의 주인공은 바로 이 비디오다.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