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길 위의 일본식 테판야키




90년대 후반, 심지어 유로(Euro)가 존재하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20대초반의 어린 학생인 나는 엄마와 아빠를 기겁하게 만들고 당시 대학생이라면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하던 유럽 여행을 가열차게 떠나게 된다. 그것도 달랑 가방 하나 들고 나홀로. 생각해보니 나는 (좋게 말해서) 호기심도 많고 도전의식도 많고 배짱도 좋았던 것 같고 (나쁘게 말해서) 어려서 겁대가리가 없기도 했다.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했던 암스테르담에  주말저녁 도착해 가방을 락커에 넣어두고 헤롱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을 크게 뜨고 노숙아닌 노숙도 해봤다. 여자 몸으로 혼자 유럽여행을 하면서, 나는 내가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자신감도 얻었고,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뜨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우물 개구리였나 깜짝 놀란 일도 많았다. 그러나 결코 변하지 않은 것을,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을 발견하였으니, 그 맛있는 프랑스의 빵집에 감격하고 이탈리아 파스타와 피자에 감탄하면서도, 내 입맛만큼은 토종한국인이라는 뼈저린 사실이었다. 나도 안다. 대단한 프렌치 퀴진을 앞에두고 머릿속에서 이 느끼한 치즈 대신 김치를, 동치미를 꿈꾼다는 것은 조금 세련되지 못한 여행의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한 끼 꼭 한국음식을 먹지 않으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넘기겠는 걸 어떡하나. 그래서 당시 나는 찾기 어려운 한국 레스토랑 대신, 중국집을 일본 식당을 찾아 느끼한 속을 달래곤 했더랬다(여행자들은 알 것이다. 아침에 멋진 바게뜨와 크로아상이 바구니에 담겨나오는 프랑스식 아침 식사 대신 미역국을 먹는다는게 얼마나 죄책감이 느껴지는 지를.. 이 멀리 프랑스 보겠다고 왔는데 나는 여전히 김치라니!).


-파리에서 먹었던 맛난 프랑스 정식이었지만, 김치에 밥을 먹고 싶은 충동이 수차례....



미국에 와서, 특히 뉴욕에 와서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뉴욕은 전세계의 모든 이민자들이 모여들어 살고 있는 도시라는 점이다. 어차피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굳이 '미국음식'을 먹지 않아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세계음식이 곳곳에서 자랑을 하며 손짓하는 곳이 바로 뉴욕인 것이다. 특히 최근 '글루텐 알러지' 등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빵보다는 쌀을 주식으로 하고 고기만큼 채소 소비량도 많은 아시아 음식을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으로 이해하고 좋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곳에서 살고 있는 내가 매일 삼시 세끼를 한국음식으로 김치와 함께 먹는다 하더라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오히려 그런 식단으로 음식을 먹고 있는 내 외국인 남편을 그의 친구들은 부러워할 정도다.(이제 '김치 냄새나요' 하고 코를 쥔다는 미국인은 거의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트렌드를 거스르는 촌스러운 미국인!)


그래서 길거리 음식에서도 이런 아시아 스타일의 음식이 각광을 받고 있고, '밥'을 서브하는 트럭들도 꽤 많아졌다. 그러니 맨하탄에 놀러온 관광객이시라면, 이왕이면 음식을 급히 먹고 다음 장소로 움직여야겠다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나처럼 '쌀밥'은 꼭 먹어야겠다는 분들이라면, 굳이 레스토랑에서 길게 기다릴 필요없이 이런 트럭푸드를 이용해도 좋다.




<히바치 헤븐>이 오늘의 주인공. '히바치'는 일본의 고기구이 화로 를 말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일본식 화로구이--는 불가능한지... 철판구이, 테판야키를 판매하고 있다.트럭에도 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친절한 얼굴의 아저씨. 일본분이신지 중국분이신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발음은 아시안들 특유의 억양.





음식메뉴와 주문하는 법:

요리는 딱 네가지. 치킨, 새우, 소고기, 그리고 두부 요리 중 하나를 고른다. 물론, 그 중 하나를 고르면 야채 볶음과 밥이 나오는데, 현미 밥 혹은 볶음 밥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새우의 경우 레몬과 생각이 들어간 타이거새우를 철판구이한다. 소고기의 경우에는 갈릭버터에 잘 그릴한 등심, 치킨은 간장소스를 이용한 닭가슴살 구이, 그리고 두부는 베지테리언 메뉴로, 단단한 두부를 생강 소스를 잘 묻혀서 철판구이해낸다. 이 모든 것을 다 정하고 나면 소스를 골라야 하는데, '헤븐리 진저 소스' '얌얌 소스' '와사비 인퓨즈드 마요' 소스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른다. 이 소스는 선택한 철판 요리 위에 살짝 뿌려준다.


나는 이 중 소고기에 프라이드 라이스 그리고 진저 소스를 선택하였다.


봉투까지 귀엽게 마련한 히바치 헤븐.



소금 후추를 뿌려 제대로 철판구이한 고기의 상태 그리고 생강을 맛간장에 절인 것 같은 맛의 생강소스.



짭조름한 야채구이

그리고 쌀 이외에 야채등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프라이드 라이스.


이 정도면 맨하탄의 길 위에서 샌드위치 대신 해결할 수 있는 아시안 요리가 될 만한가? 샌드위치와 햄버거에 질렸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밥' 이 있는 트럭음식 꽤 괜찮지 않나?


위치: http://www.hibachiheaven.com/

         트위터로 트럭의 위치 찾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https://twitter.com/hibachiheaven


가격 : 8달러~10달러 정도(9천원~1만 1천원 가량).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