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댁인 나는 지금 다시 서울 부모님 댁에 와있는 상태다. 잡지사에서 일 좀 하지 않겠냐고 해서 휭하니 남편을 뉴욕에 버려 두고  서울에 왔다. 뉴욕에서 생활하기 시작한지 몇달이나 됐다고  서울에 돌아오니 몸에 익숙해진 행동들이 이곳에 적응이 되려면 며칠이 걸릴 것 같다. (다행이다 발음이 꼬이지는 않아서. 몇몇 단어가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는건, 나이탓일거다. 아마 그럴거다.)


어학연수라도 잠시 한 사람들은 느끼는 바겠지만, 한국에서는 문 손잡이를 잡고 열어주는 사람도 없고, 엄청난 속도로 나를 치고 지나가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 입 밖으로 나지막이 욕이 나올 것 같은 경험이 하루에도 여러번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들을 욕할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그 사람들을 치고 지나가면서 '죄송합니다'하고 이야기한 적 몇번이나 있었을까?


뉴욕 지하철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바로 그 입구에서 지하철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뛰어서 갔는데 내 바로 앞에서 문이 닫히는 것이다. '어,어,어' 하는데, 앉아있던 한 청년이 벌떡 일어나 닫히는 문에다 두 손을 넣고 낑낑대며 다시 열어 주려고 했다. 물론, 기계로 닫으려고 하는 그 문을 아무리 그 남자의 힘이 장사라 한들 두 손으로 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결국 문은 닫혔고, 나는 눈인사로 고맙다는 말을 한 후 아쉽게 뒤돌았는데, 지하철 기사님이 다시 문을 열어주었다.

뭐 이쯤에서 내가 싱글이고 그 남자가 엄청 잘 생긴 남자였다면) 서로 '하이'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피 한잔 하자고 하고.... 뭐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아줌마의 상상이...(미국 남자들의 친절은 충분히 이런 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인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가에 관한 부분이다.

아마도 5시 45분쯤, 대부분의 미국인이 5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러시아워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의 지하철 안이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앉아있을 수 있었는데, 문 입구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그리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일이 없는데, 한 언니가 문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문이 여기 수백개가 되는데 당신 때문에 문이 안 닫히잖아!' 하고 큰 성량으로 윽박지르고 있었다. 지하철기사님이  문을 열어둔 채 움직이지 않고 5분정도를 서 있었으니 맘이 급한 그녀로서는 이 상황이 자꾸 타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동문이 닫히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입구에 있는 두 여자는 타려는 사람에게 계속 타지 말라고 화를 냈고, 심지어 지하철 밖 안전선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밖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한국의 시루같은 지하철 상황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직도 충분히 사람들이 탈 수 있는 공간이 있어보이는데, 저 언니들이 지나치게 화를 내는 것이 조금 이해되지 않았고, 어쩌면 두 언니는 오늘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었을 것이다.
곧이어 문이 닫혔고, 지하철이 출발했는데, 지하철 기사님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지금 지하철 교통이 막히고 있어서 계속 출발이 지연되는 점 죄송하다'고. 뭐가 됐든, 그 두 언니 덕분에 미국 출퇴근 족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어제 서울에서는 앞을 보지 않고 어디론가 향하던 한 남자가 커다란 물건으로 내 얼굴을 가격했다. 내 얼굴을 분명히 보았는데, 얻어맞고 당황하는 나의 얼굴을 흘깃보더니 휙하니 가버리는 것이다. 정말 뒤따라가서 뭐라고 할까 하다가...

지하철에 사람이 많은 시간, 한 여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은 열심히 보다가 갑자기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더니 크게 재채기를 했다. '어, 당신의 그 침... 다 어쩌라고...!!!!'


나도 한국을 사랑하고, 가끔은 남편을 놀리느라 '너네 나라 왜 이래?'하고 말하기도 하지만(특히 서비스가 늦고 불친절할 때). 가끔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을 잊는 사람들, 자신이 편하자고 남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의 수가 한국에 좀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마디만 해주시면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한마디만요?! :)



사람이 많을 수록, 조심조심.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