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를 아십니까?!



나이들어 생각해보니, 우리부모님에게 있어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피곤한 딸이었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알레르기와 아토피가 극심해서 매사에 예민하고 잘 아팠다. 팔꿈치와 종아리 뒤, 입술과 머리두피는 언제나 붉게 성이 나 있었고, 어린 나는 일단 간지러운 것을 해결하겠다고 그 부분들을 손톱으로 벅벅 긁어댔으니 엄마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병원에서는 사춘기가 지나면 혹은 스무살이 넘으면 체질이 바뀌니 기다려보라고 했지만, 이놈의 아토피와 알레르기는 그리 쉽사리 없어지지가 않았다.


의사선생님은 항상 말했다. "고기를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으세요." "한 일년 정도 닭고기, 돼지고기, 계란을 끊고 체질을 아예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요."


나 역시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면서 바뀐 체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오곤 했지만, 정말 고기만큼은 포기가 안된다. 

아기였을 때도 이유식 중에 소고기맛만 먹어대서 월급쟁이 아버지 등골이 휘었다고 부모님이 종종 말씀하실 정도로 나는 타고난 육식주의자다. 

TV에서 강호동이 아침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남자라고 놀림을 받기 전까지, 나는 아침에 고기나 생선을 구워먹는 집이 많지 않다는 걸 몰랐다. (아침에 삼겹살에 상추쌈 자주 해먹었는데....)

그래서 나는, 그냥 닭고기를 먹고, 돼지고기를 먹고 간지러운 곳은 벅벅 긁고 말았다.(평생 그랬는걸 뭐.)





물론, 외국에서 베지테리언이 많다는 것도 들었고,  일부 한국 연예인들이 이런 채식운동에 동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미국을 여행하고 살게되기 전까지 나는 '채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채식'이 의미하는 가운데 하나는 동물을 살육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애완동물이 단순히 귀여운 펫이 아니라 '평생의 친구'로 생각되는 이 곳에서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은 한국보다 훨씬 더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 채식은 라이프스타일 전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을 변화시켰다. 자연스럽게 프로세스된 음식에 대한 거부(건강에도 좋지 않으며, 또한 유전자조작 등으로 이루어지는 식품, 그리고 대량생산을 위해 다양한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고, 그것은 로컬 오거닉 음식에 대한 추구로 이어진다. 이것은 결국 대량 수확이 실업, 비능률적인 토양운용 등을 일으키는 것에 주목하고, 지역경제를 위해, 서민, 농민을 위해 혹은 모두 다 같이 잘 살아나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힙스터들 가운데 비건들이 많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들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러면서 비건들의 음식 레시피도 보다 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그들은 육식을 주로하는 자국의 음식문화에서 눈을 돌려 다양한 나라의 레시피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부나 김치, 김 등은 일반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물론 김치의 경우 생선젓갈이 들어가 있어서 비건들에게 사용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사진출처: www.wikipedia.org 콩이 촘촘히 박혀있는, 어떻게 보면 치즈같이 보인다.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 나 조차도 오늘 처음 만나게 된 템페. (인도네시아 여행도 다녀왔는데 나는 왜 이걸 몰랐을까). 인도네시아의 발효 콩이라고 하는데, 된장처럼 짠 장류가 아니라, 마치 두부처럼 쓱쓱 썰어먹는 그런 종류의 발효 음식인 것이다.

따라서 템페 자체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생각하면 '나는 집에서 콩을 길러, 그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야지' 하는 것과 비슷하게 만드는 과정도 좀 복잡하다.




미국사람들 가운데서도 외국음식을 잘 알고 있거나 베지테리언이 아니고서는 템페를 많이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 주변 사람들도 '템페가 뭐지?' '먹어 볼까' 하는 것으로 봐서는. 멋진 아저씨 두 분이서, 나에게 이것저것 먹어보라면서 손에 쥐어 주고는 이렇게 말했다. "'모찌' 알지? 이거 '모찌'같은거야!" 하하. 내가 일본 사람인 줄 아셨나보다.


'베리의 템페(Barry's Tempeh)'에서는 세 가지의 템페 음식을 판매하면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시식코너를 마련해두기도 했는데, 사실 이 곳은 요리를 판매하면서 브루클린에 위치하고 있는 '로컬 템페' 자체를 판매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베리의 템페는 사실 템페상표 이름이다.




아마도 뉴욕에서 만드는 신선한 오거닉 템페를 사람들이게 널리 보급시키기 위해서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자신들의 레시피를 선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레시피를 함께 공유하기도 하는 그들은  길거리 음식페스티벌에 참여해 자신들의 손쉬운 레시피를 이렇게 직접 음식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몇번 다른 음식을 판매하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직접 만든 템페를 넣어 만드는 것은 똑같다.




템페를 팬프라이 해서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하고, 저렇게 옥수수껍질에 담아 쪄내기도 하고, 햄버거 번 사이에 바베큐한 템페를 넣고 바베큐 소스를 바르고 버거처럼 먹기도 한다.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템페를 가지고 음식마다 다른 종류의 템페를 사용하심.


그 중에 내가 고른 것은 템페 타말(Tempeh Tamale)

주인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템페가 멕시코의 타말을 만난 것이란다. 타말이 뭐냐하면 저렇게 옥수수 껍질이나, 플렌테인 잎 안에 음식물을 싸서 찜통에 찌는 방식을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템페를 옥수수 껍질에 넣고, 찜통에 푹 쪄 낸다는 말씀.




맛은 어땠냐고? 나에게는 마치 감각은 매쉬포테이토보다 조금 큰 알갱이가 느껴지는, 뭐 그런 매쉬 빈이라고 해야할까. 워낙 미국음식들이 대부분 짜게 느껴지는 지라, 멀멀한 맛이 나서 건강하게 느껴지고 꽤 좋았다. 조금 자극적이고 강한 음식들을 원한다면 피해야겠지만, 미국 비건들이 요즘 좋아하는 트렌디한 음식이라니 한 번 맛보는 것도 좋은 듯. 


한국에서도 몇몇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런 템페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이없게도 된장, 고추장 같은 '장류'에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발효 콩'이라니... 애매해서 '장류' 쪽에 밀어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위치: 11월까지는 브루클린 이스트리버파크와 덤보에서 이루어지는 스모가스버그에서 주말마다 맛볼 수 있다. 이후에는 그들의 사이트를 확인할 것. 이벤트 관련 공지가 뜬다. 만약 그저 '템페'를 구입해서 냉장고에 보관할 분이라면 '베리의 템페'숍을 찾아도 좋겠다.



1)브루클린 이스트 리버파크(토요일 11 ~6) ; 윌리엄스버그

90 Kent Ave. (between 13th st & Franklin St) Brooklyn, NY11211

  2)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일요일 11시부터 6); 덤보

Brooklyn Bridge Park at Pier 5



윌리엄스버그의 이스트리버파크


덤보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http://growninbrooklyn.com/


가격: 10달러(1만 1천원 정도)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