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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03 뉴욕 속의 일본-차이나타운, 코리아타운과는 사뭇 다른 일본 거리 (7)

뉴욕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남편과 내가 잠깐 머물렀던 곳은 퀸즈의 7번 라인 맨 끄트머리에 위치한 '플러싱'이라는 동네였다. 일단 한인타운이 있다고 해서, 그리고 민박집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뉴욕의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2주간 머물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한국도 덜 그리울 것 같고.


하지만 민박집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은 후,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나는 '아/주/ 많/이' 놀랐다. 동네 모두가 한국인들, 영어보다 한국어가 훨씬 잘 통용되는 그런 동네. 남편이 한국에서보다도 훨씬 튀어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플러싱 역 근처는 마치 내가 상하이나 베이징에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을 준다. 큰 길과 작은길 모두를 꽉 메운 중국인과 중국간판, 언제나 시끄럽고 붐비는 곳.샌프란시스코나 유럽의 차이나타운도 다녀봤지만, 이렇게 하나의 구역 모두가 온통 중국인과 아시아 사람으로 가득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뉴욕에서 받은 가장 큰 문화충격이었다면 퀸즈 플러싱의 차이나타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딱히 일본인 거리라고 할 만한 곳은 그리 많이 본 것 같지 않다. 맨하탄에도 미드타운에 코리아타운이라고 길 이름까지 붙은 긴 길이 있고, 차이나타운이 점점 그 크기를 넓혀가고 있는데, 도대체 일본거리는 어디에? 유럽 여행을 하면서도 차이나타운은 자주 놀러갔는데, 한국숍들이 모인 곳도 자주 갔는데, 일본 거리라고 해봤자 레스토랑 몇개 모여있는 것이 끝이었다.

뉴욕도 사정이 그리 달라보이지는 않았다. 일본 거리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일본인 친구들을 만나보면, 한국 사람들이나 중국사람들에 비해 몰려다니는 것 같지 않다. 같은 나라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굳이 룸메이트로 같이 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최대한 그 나라의 문화에 흡수되려고 한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건, 공부를 한다는 건 참 힘든일이다. 다행히도 나의 경우에는 외국인 남편, 미국인 남편이라는 든든한 '보험'이 있어서 외로움도, 그 사회에 편입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더듬거리는 나의 영어를 잘 인내하며 들어주는 남편이 있으니까 말이다), 주변의 유학생들은 그 문화에 섞여들어가는데 실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 가면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을 느끼고 그 때문에 친구를 만들기도 생각보다 쉽지 않고, 학업 역시도 두 배의 시간을 보내야 하며, 비자를 비롯한 수많은 서류작업들... 그래서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교회를 나가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실제로 종교가 없는 나에게 '교회를 가야 편해진다'라고 충고를 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이 곳에서 이미 오래 살면서 외국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미국생활도 빨리 적응하고, 외로움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바는 아니다. 문제는 외국의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것이지, 진짜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건 유학생도 이곳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도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하면 일본 사람들은 이렇게 우리처럼 함께 행동하는 것을 그리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에만 가봐도 혼자 밥을 먹는 레스토랑, 1인을 위한 바 등이 흔하고, 실제로 저녁에 혼자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 직장인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래서 혼자 여행하는 여행지로 일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개인주의는 외국생활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살펴보면, 할렘에서부터 로어 맨하탄까지 너무 다양해서, 어느 한 군데 '일본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마치 '우리는 일본타운 만드는 건 그리 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어쩌면 그래서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서양문화를 가장 빨리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그들은 서양의 문화에 매우 유연하게 반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하탄 Astor Place 근처에 일본 거리가 있다고 해서, 우동이라도 먹을겸 남편과 저녁에 나들이를 해보았다. (지하철 역 Astor Place나 NYU-8th Street에서 나와 조금 걸으면 된다)



금요일 한밤에 젊은이들로 가득한 일본인 거리 ST. MARKS HOTEL부터 시작!






우동, 라멘, 야키토리등을 많이 볼 수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차이나타운이나 한인 타운에 대적하기에는 여전히 아주 작은 곳. 이 곳에는 한국 레스토랑과 한국 노래방등이 많이 문을 열고 있어서, 일본거리라고 하기보다는 아시아 거리라고 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맛좋은 집도 그다지 많이 찾을 수 없었고 말이다.



흩어져있는 일본 레스토랑.


차라리 이스트빌리지 쪽으로 조금 더 걸어오면, 이렇게 유명한 미슐랭 별 2개짜리의 이뿌도(IPPUDO)를 만날 수 있다. 언제나 길게 줄을 늘어서 있어서 나처럼 성격 급한 사람은 결코 들어가지 못했던 곳인데 금요일 저녁 10시쯤 되니까, 줄이 줄어들었다는(주말에는 밤 12시반까지 오픈인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조금 저렴한 일본거리의 선술집을 들르고 나온 우리는 가게 근처만 아쉽게 맴맴. 

Address: 65 4th Ave, New York, NY 10003
Phone:(212) 388-0088




미슐랭 스타을 열심히 바라보는 남편. 오늘도 못먹고 가는구나 ㅠㅠ


한국사람들이 언제나 뉴욕에 있는 Hmart를 찾듯이 일본 사람들이 찾아가는 슈퍼마켓이 소호쪽에 위치하고 있다(미드타운 이스트와 이스트빌리지에도 있다). 선라이즈 마트(Sunrise Mart)


주소:  494 Broome St, Manhattan, NY 10013

Phone:(212) 219-0033



남편이 좋아하는 캘리포니아 롤을 만들어주기 위한 준비재료들 구입.

저 뒤쪽에는 간단한 우동과 소바등을 판매해서 스토어 안에서 라멘이나 우동을 먹는, 소호에서 일하는 외국인 언니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소호에 가면 녹차 캔을 하나 구입해서  잠시 쉬어가는 곳.


 선라이즈 마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하나의 명물 레스토랑이 있는데, 일본의 구식 경양식집 스타일로 운영하는 곳이다. 오무라이스, 카레라이스, 명란파스타 등은 이 곳으로 고고씽.


75 Thompson St, New York, NY 10012

Phone:(212) 625-1303


그리고 퀸즈의 아스토리아 쪽에도 작게나마 일본 레스토랑 길이 있다. 우동, 라멘집이 5개정도 주욱 늘어서있는 Ditmars Ave. 우리 집에서도 1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좋은 동네다. 그리고 이 중 하나, 라멘집은 미슐랭 1스타가 떡하니 붙어 있다. 친한 포토그래퍼는 뉴욕에서 이 곳 라멘이 제일 맛있다고 칭찬의 칭찬을 할 정도.

라멘 가격은 10불에서 11불 사이.




사진 찍는것을 잊어버리고 두 사람이 미친듯이 난도질을 한 두부요리.


국물이 끝내주는 돈코츠 라멘. 나중에 술마신 후 해장하러 다시 와야겠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뉴욕의 좋은 점은, 아시아 요리를 먹는다고 해도 결코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 뉴욕 속의 일본은 이렇게 일본인들의 성격답게 곳곳에 뿔뿔이 자잘하게 흩어져있다.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