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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9 뉴욕 루프톱 영화제, 무료 야외 영화제

미국 사람들은 비영리단체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다. 얼마전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갔을 때, 남편의 의사친구가 공항까지 우리를 마중나왔다. 의사인 그는 벤츠를 끌고 나왔을까, 아우디를 끌고 나왔을까? 그는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하는 자동차를 빌려 타고 나왔다.

"샌프란시스코가 그리 큰 도시도 아니고, 어디 갈 때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되고(이렇게 언덕이 많은 지형인데도 샌프란시스코의 자전거족은 미국 최강이다. 그래서 지다가다보면 버스 앞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잘 구현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으며 카페나 레스토랑 앞에는 자전거거치대가 대부분 마련되어 있다), 버스나 지하철도 있는 걸 뭐. 공항에 이렇게 마중을 나와야 하거나 장을 볼 때는 이 단체를 이용해. 동네마다 이 단체의 자동차 주차장이 있는데,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후, 자동차를 이용하고 다시 시간에 맞게 근처 주차장에 반납하면 되지. 솔직히 이런 도시에 살면서 자동차가 있어봤자 보험료에, 주차비에, 귀찮잖아. 일주일에 한 두시간 필요할 때가 태반인데. 게다가 비영리 기업이잖아."


한국에 비영리기업이 얼마나 많을까? '비영리기업' '비영리단체' 단어는 많이 들어봤는데, 솔직히 한국에서 그런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이용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민단체들이 이러한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텐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단체들-좌파 뭐 그런 식의 인식이 이상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대부분의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단체에는 정치색의 안경을 쓰고 보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도 많다. 


어쨌든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뉴욕의 비영리단체(Non-profit)가 운영하고 있는 '루프톱 영화제'이다. 이 단체의 시작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자신의 단편영화를 사람들과 함께 볼 장소를 물색하다가 맨하탄 자신의 집 옥상에서 이 영화상영을 시작한 마크 엘리야 로젠버그라는 청년에 의해 발족(?)된다. 수백명의 사람이 몰려들었고, 이는 이내 유명해져서 결국 집주인에 의해 쫓겨나기에 이른다. 그는 장소를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미국 3대 힙스터 지역중의 하나로, 위험한 브루클린의 이미지를 새로운 트렌드의 도시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로 옮기게 되고, 영화와 새로운 문화, 서브컬처에 목말라하던 젊은이들을 흥분시켰다. 지금은 브루클린 뿐만 아니라, 맨하탄, 그리고 이곳 퀸즈의 아스토리아에 위치한 소크라테스 미술관 야외마당까지 장소를 넓혀 매일 뉴욕시의 동네들을 돌아가며 순회하고 있다.



영화제를 향해 걸어가는 길. 강 너머에 맨하탄의 높은 빌딩들이 보이시나요?



가는 길에 보니 이렇게 카약 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드디어 석양이 질 무렵, 소크라테스 미술관 야외 공원에 도착!




특히 한 영화를 가지고 동네를 돌아가며 일주일 동안 내내 돌리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소마다 특별한 기획을 가지고 영화를 상영한다. 아스토리아의 소크라테스 미술관에서는 매주 전세계의 영화를 상영하는 기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으로 시작해서, 멕시코, 차드, 한국(7월 24일에는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를 상영하였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에는 루마니아의 <도메스틱>, 그리고 어제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슈가>, 다음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감독 아녜스 바르다의 <The Gleaners & I>를 상영한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가 7월 24일 상영되었다. 한국 음식도 판매했겠지? 놓쳐서 아쉽다!

우리는 7월 31일 루마니아의 영화 <도메스틱> 관람.




재밌는 것은 매주 새로운 나라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그 나라의 음식을 함께 판매한다는 것이다(대부분의 뮤직페스티벌은 입장할 때 가방검사를 하고, 물 한병도 반입시키지 못하게 하는데, 그래서 페스티벌 내에서 비싼 음식과 음료를 사마셔야 한다. 지난번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서머 스테이지 <쉬 앤 힘> 콘서트에서 8달러의 맥주 한잔...그러나 이 곳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다. 먹고 싶으면 사먹으면 되고, 자신이 샌드위치를 싸와서 먹어도 된다. )

우리는 예전 서머 스테이지의 가슴 아픈 맥주 사연이 있어서, 일단 처음 가는 이 곳에 음식은 싸가지 않기로 했다. 혹여라도 입구에서 빼앗길까봐. 그러나 앞에 앉아계신 스태프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여기에서 체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안에서는 루마니아 음식을 판매하니까 드셔도 되고, 저 옆에 코스트코에 가서 사와도 되고. 안에서는 알콜 음료를 팔지 않으니 알아서 가져오셔야 해요."'

이 미술관이 바로 옆 코스트코에 있는 관계로, 우리는 코스트코 옆에 있는 창고형 와인숍으로 달려가 두 병의 와인을! :)



루마니아의 음식이라고 하는데, 캐비지롤, 아마도 양배추 안에 다짐육과 채소를 넣고 잘 쪄서 만든 것 같다. 맛이 좋았고, 옆에는 소시지를 구워 판매. 남편이 사진찍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이미 난도질. 플라스틱 박스 안에 든 것이 좀 찔려서 다음에는 꼭 음식을 챙겨와야겠다고 마음먹음.



와인이 자꾸 움직여서... 남편의 큰 신발 안에 잠시 넣어두... 스스로 천재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기 전, 뉴욕의 인디 뮤지션들이 음악 연주를 먼저 한다. 아무래도 해가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밤 8시가 되어도 조금 훤하니 말이다. 역시 요즘 음악 대세는 '포스트 포크'임이 확실하다. 남편이 옆에서 중얼 거렸다 "요즘 밴드들 노래는 왜 다 '멈포드 앤 선스(Mumford & Sons)'같이 들리지? 그래도 노래 진짜 좋다."





그리고 해가 드디어 뉘엿뉘엿 넘어갈 때, 이 곳 뮤지엄과 이 단체의 직원이 나와서 이 영화제의 취지를 설명한다. 이미 입구에서도 우리는 확인했지만, 이 영화제는 유료가 아닌 무료이기 때문에 뜻을 가진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이 행사가 운영된다. AT&T같은 큰 통신회사가 이 곳의 가장 큰 지원 기업인 것 같고,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이 시민을 위한 문화행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개인적인 서포터들 또한 많아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 그들의 이름을 스크린에 올리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 이 영화제가 특히 좋았던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일반 시민들에게 다양한 나라의 조금 덜 알려진 영화들을 소개 한다는 것, 그리고 무료로 시민들의 문화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인 뜻을 이해하고 선뜻 기부금을 내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뜻을 진행하는 많은 단체들이 있지만, 기부금을 얻어내기가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는 기업들의 '갑의 정신'이 있고, 정치성을 가진 영화를 상영하려면 정부의 눈치도 봐야하고. 뭐 그런 모양이다.

대기업보다는 비영리단체를 이용하려는 시민의식,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하는 기업인들의 의식이... 우리에게도 곧 생기겠지?




해가지고... 영화가 시작된다.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