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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8 뉴욕의 파머스 마켓 & 서울의 로컬푸드 (6)

지난 번에 이미 나의 한국 드라마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드라마만 봐도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가지는 재벌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한 것 같다. 이제는 재벌 2세 실장님, 재벌 2세 본부장님이 착한 캔디인 그녀를 사랑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 것도 같고 말이다.

작은 땅덩이 하나라도 더  벌 것을 찾기 위해 빵집에 투자하고, 동네 슈퍼까지 속속들이 파고들며, 카페를 하나라도 더 오픈하지 못해 안달이고, 이미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동네 구멍가게들은 대형 회사들의  등쌀에 떠밀려 가로수길과 삼청동에서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고객들의 입장에서야, 큰 회사들이 편하다. 재래시장 할머니가 채소를 오래된 냉장고에서 꺼내 팔 때, 마음은 아프지만 옆에 있는 큰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할머니는 장사가 안되니 신선한 제품을 팔 수가 없고, 신선한 제품이 없으니 우리는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린다.


반면에 요즘 미국에서는 파머스 마켓이 이제 더이상 유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일상으로 들어와버렸다. 이곳에서는 동네에 유명한 체인 슈퍼마켓에서 음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한 수 아래로 여겨진다. 건강한 생활을 하지 않는 것처럼,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죄책감까지...(라고 하면 조금 과장이긴하지만)

'홀푸드(The Whole Food)'라는 미국의 유명 오가닉 식재료 전문 마트를 찾아가거나, 파머스 마켓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진 때문이다.

뉴욕의 유니온 스퀘어에서는 금요일과 토요일마다 큰 장이 선다. 동네에 공원이 있는 곳에서는 주말이나 주중 오후에 도시 근처의 농부들이 자신의 깨끗하고 신선한 채소, 과일, 심지어 잼과 피클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로컬 푸드의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곳곳에서 말하지만,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아마 재래시장을 밀어내고 끊임없이 올라가는 높은 대형마트 건물 때문일 것이다. 그 대신 젊은이들이 동네 옥상 텃밭을 일구면서 환경단체의 힘을 얻어 시작한 몇몇 파머스 마켓이 어느정도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유행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작아보이기만한다. ('홍대 텃밭 다리'나 '마르쉐'는 여성환경연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시도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신나는 놀거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흥분되는 일인라는 건  분명하다. )

 이를 죽어가는 재래시장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그런 것이 수반된다면 참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재래시장이 오래된 채소와 과일을 냉장고에서 꺼내는 대신, 지역의 농부들과 연계를 꾀하고 중간 유통 루트를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면...말이다.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집 근처에도 매일 일요일 재미있는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마켓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은, 그저 달랑 하나 테이블에 매주 그들이 텃밭에서 거둔 채소를 판매하고 있지만, 매일 장을 보기 위해 맨하탄까지 가기도 뭣하고, 일요일 아침마다 산책겸 남편과 함께 들르기에 정말 즐거운 곳이다. 아직 이 레스토랑의 주인을 만나지는 못했지만(한국인 셰프로 알려져 있는데, 아메리칸 브런치를 조금 재미있는 방법으로 판매하는 나름대로 아스토리아에서는 잘 알려진 힙스터레스토랑이다) ‘킥쇼( KICKSHAW)’라는 이름의 이 브런치 가게는 일요일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이 젊은 농부들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번에는 싱싱한 브로콜리를 큰 잎까지 함께 판매해서, 브로콜리는 브로콜리대로, 브로콜리 잎으로는 피클을 해서 먹었다. 이번에는 케일과 색색의 토마토, 체리토마토, 다양한 고추를 판매했는데, 역시 완벽한 오가닉으로 일궈진 이 채소들은 벌레가 먹은 흔적도 있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10시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채소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날도  아침 일찍 서둘렀다. 그들은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오픈해, 매일 어떤 식으로 채소가 길러지고, 어떤 채소를 다음주에 판매하게 될지 이 곳 업데이트 하며 고객과의 히스토리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

파머스 마켓의 장점은 그런 것이다. 내가 지금 구입하고 있는 이 채소가 어떻게 길러지고, 어떤 방법으로 내 입으로 들어가는지 신나는 이야기를 생산자와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것. 로컬푸드를 통해 멀지 않은 곳에서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있고,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실 한국에서는 미국에서만큼 로컬푸드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곳은 땅이 지나치게 넓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에너지 소비 및 방부제 사용이 상당히 큰 문제가 된다.



지난 일요일, 레스토랑 한 켠에 마련된 파머스마켓 스탠드를 찾아갔다.


한국에서는 로컬푸드’(서울안에 있는 로컬푸드를 찾아라!는 좀 어폐가 있어보인다) 라는 의미보다는, 대기업의 유통을 통하지 않고, 직접 가난하지만 진실한 농부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니네 텃밭에서는 시골에서 남는 짜투리 땅이나 농사를 쉬고 있는 땅을 이용해 먹거리를 키우는 분들의 제품을 수합해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고 있다. 예를 들면 2주일에 한번씩 채소를 받는 경우, 어떤 채소가 올지 알수가 없지만, 그 철에 맞는 좋은 오가닉 채소를 보내고, 할머니 혹은 담당 농부가 이 채소를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따뜻한 메시지도 적어보내는 식이다. 몇년 전에 이 사이트를 알게 됐는데, 지금은 훨씬 커진 것 같아 보기 좋다. 또한 이 회사는 사회적 기업이니 엉뚱하게 재벌분들의 주머니에 돈을 꽂아드릴 필요도 없고 말이다. 

언니네 텃밭 http://www.sistersgarden.org/

 

뉴욕 맨하탄 시내에는 정말 재미있는 숍이 또 하나 있다. 이탈리(EATALY)라는 곳이다. 물론 ITALY와 발음이 같다는 장점을 이용해 ‘EAT’을 집어넣었다. 이 곳은 이탈리아 델리 스토어 및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곳이다. 숍 안에 들어서면 이탈리아의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피자집, 파스타집, 젤라또집. 등등. 그리고 그 음식가판대들 사이로 이탈리안 음식재료들을 구입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이탈리아 재래시장의 시끄러운 분위기,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며, 장도 보는 그런 무드를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다.


맛있는 빵집도 있다.



파스타 코너. 생파스타부터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가 다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서 사람들은 식사를 하고 이탈리아 와인을 마신다.



사실,  프리미엄 마켓이 청담동에 두 개나 오픈했는데, 모두 이러한 미국 시장의 트렌드를 고스란히 옮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아프지만, 이 분위기가 모두 우리의 예전 재래시장 모습이 아니었나? 왜 우리는 우리의 시장문화는 그들의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얼마전, <김치 크로니클>이라는 TV쇼에서 그 유명한 셰프 장조지와 그의 와이프조차 한국의 시장에 열광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매번 무너뜨리고, 다시 돌이켜 세우느라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결국 트렌드에 맞추어 재벌에게 이 아름다운 재래시장의 미덕을 넘겨주지 말고, 사회적 기업이든, 시에서든, 동에서든 발벗고 나서서 조금만 활로를 모색하면 좋겠다.

이건 그냥 경제도 모르고, 정치도 잘 모르는 내가 그저 상상으로 생각해 봤던 건데, 얼마전 망원동 시장 관련한 사건 때도, 나는 만약 정부에서 나서서, 그들과 새로운 유통활로를 함께 모색하고  새로운 로컬푸드 시장으로 혹은 파머스마켓 시장으로 변환을 머리를 맞대로 논의했다면, 그리고 그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큰 마트에게 자꾸 그런 자리를 내어주지 말고 말이다. 망원동이면,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에 목말라하는 젊은이들의 동네인데.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아쉬워서.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