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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11 남편의 머리를 잘랐다. (4)


그러니까, 이게 내가 꼭 원한 일은 아니었다.


남편과 나는 그저 이 비싼 뉴욕에서 돈을 좀 아끼려고 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여기는 인건비도 비싸고, 세일즈 택스가 붙고, 거기에 팁도 주면.... 본래 가격에서보다 20% 이상은 올라간다. 미리 변명을 먼저 해보자면 나도 아직까지 미장원에 한 번도 못갔다. 셀프 염색 할 수 있다고 해서 했다가, 머리만 얼룩덜룩해졌고, 땀만 많이 났고, 머리결만 망가졌다. (다행히 다음달에 한국 갈 일이 있어서, 긴머리를 싹둑 단발머리로 자를 예정이다)


남편은 계속해서 나에게 부탁을 했고, 드디어 나는 그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는 내 인생 처음으로, '바리깡'이라는 걸 들었다.

그래, 세상에는 좋은 게 있다. '유튜브'에 가면 남자 머리 잘라주는 방법을 쉽게 가르쳐준다. 바리깡을 어떻게 다루면 되는지를 잘 가르쳐준다. 쉬워보였다. 뭐 까짓거. 여자 머리도 아니고, 남자머리인 것을!


처음엔 조심조심 잘 했다. 그러니까 머리카락이 잘 안 짧아진다. 남편의 머리는 몇달간의 여행으로 덥수룩한데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됐다.




그것도 시부모님 댁에서 귀한 둘째 아들의 머리를 내가 이따위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정말, 내가 시월드가 없는 미국으로 시집오길 다행이다. 모두들, 내 편을 들어주신다.


미안해 남편 2주만 참아 했는데..............

그리고 정말 착한 내 남편은 "내가 해달라고 했는데, 뭐. 괜찮아. 고마워. 다음에 잘 해줘!"

이 사진을 보고도 또 바리깡을 나에게 맡긴걸 보니.

내 남편은 나를 정말 사.랑.하.나. 보.다.


두번째 때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살살 자른듯 만듯 해서 그나마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엔 정말....완전히.. 이것보다 더 망쳐버렸다.

이번 사진은, 남편에게도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있는 관계로 정말 올리지를 못하겠다.

나는 오히려 화를 버럭 내며, "이게 나한테 얼마나 스트레스인줄 알아! 넌 나에게 지금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구! 난 못한단 말야!!! 무섭다고 했잖아."


착한 남편은 이게 스트레스인줄 몰랐다며 오히려 미안하다고 나를 다독였다. 2주간 모자를 매일 쓰고 나닌 남편이 오늘 나에게 말했다. "월요일에 미장원 가야겠다."


속으로는 또 '아, 한 번 더 시도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돈 조금 더 쓰고, 남편 사회생활하게 해주자. '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