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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31 드라마 열전 -상어, 무정도시, 황금의 제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

월요일과 화요일, 나는 분주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국드라마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 개의 드라마가 동시간대에 방영을 하는 관계로, 인터넷 '온에어'가 끊기지 않는 방송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한국드라마를 '다시보기'가 힘들다. 대부분 해외에서는 다시보기가 되지않는다는 방침때문에(아마도 한류의 영향으로 드라마 해외판권을 판매하기 위한 방침일 것이다),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몇몇 드라마 사이트를 이용하곤한다. 


한국의 시청률과 상관없이 요즘 내가 기다려 시청하는 몇몇 드라마로는, <상어> <무정도시> <황금의 제국> <너의목소리가 들려>가 있다. 그리고 그 중 세개의 드라마가 모두 월-화 미니시리즈로 포진이 되어, 월요일과 화요일 하루종일 인터넷에 붙어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 뉴욕의 오후나절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아쉽게도 미국시간으로 오늘(한국시간으로는 어제?), 두 드라마 <상어><무정도시>가 막을 내렸다.










여배우들

일단 나는 손예진이 가지고 있는 클래식한 미를 오래전부터 좋아해왔던 사람이다. 예전 잡지사 생활을 할 때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는데, 나는 그녀의  나이에 맞지 않는 안정감과 바른생활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한 그녀의 그러한 단아함은 오히려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었다. 예술가로서 틀에 맞지 않는 삐딱한 시선이나 태도가 재밌는 상상력을 자극하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손예진은 너무 클래식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어>를 보면, 그녀의 나이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애늙은이'(그녀가 스스로 인정했듯)의 감성을 눈빛으로 꼭꼭 눌러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지난 작품들에서보다 훨씬 깊은 눈빛과 목소리를 담아낼 줄 안다. 손예진은 삐딱한 뒷골목 소녀역을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만약 한다고 하더라도 우아한 뒷골목 소녀가 될 것이다) 주인공의 가슴아픈 과거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아름다운' 배우가 된 것 같다. 나는 그녀가 로맨틱 코미디를 할 때보다 이렇게 정극을 표현할 때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꽤 오래전 인터뷰가 그녀의 홈페이지에 아직 남아있다. 나도 없는데 :)


마리끌레르 시절 손예진 인터뷰 :


http://www.msteam.co.kr/hamil/News/NewsView.asp?intnum=178&page=9&searchkind=&searchtext=





그리고 김유미. 나는 그녀를 눈여겨 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녀가 보다 어리고 예뻤을 때 나온 드라마에서도, 그냥 예쁘장한 조연 정도로, (삼각관계에서 언제나 패배자가 되는 조금은 새침하고 똘똘한 여자 캐릭터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녀가 이렇게 강렬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이 <무정도시>에서 진정한 승자는 정경호가 아니라 김유미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정경호의 팬들이 두려우니까. 아 그리고 사파리 아저씨도 괜찮았지.). 칼칼하게 뻗어나가는 목소리, 적당히 눈물과 웃음을 보일 줄 아는 절제된 감정 (이런 역할은 자칫하면 감정과잉으로 넘어가기 쉽다), 힘주지 않고 카리스마를 부리는 여걸 연기. 김유미가 이 다음 작품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녀가 한계단 올라설 수도 있을 것 같다. 괜히 신파 아침드라마 여주인공만 안한다면 말이다.






이요원은 참 신기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딱히 영화 욕심을 내지 않고, 별다른 큰 뉴스(스캔들이나 뭐 그런 것들--) 없이 언제나 톱 드라마의 톱 여배우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작품운이 좋은 거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언제나 굵직한 드라마의 주연을 시청률을 담보하는 작품을 주로 해왔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남자들을 거느리는(!) 캐릭터를 주로 해왔다는 사실은 그녀를 그저 '운좋은' 여배우로 평가할 수는 없게 만든다. 남자캐릭터들은 언제나 그녀를 중심으로 돌았다. 이번 <황금의 제국>도 마찬가지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재벌스토리 속에서, 그녀는 결코 패배자이거나 희생자이거나 누군가의 구원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앞서 술수를 파악하고 먼저 칼을 휘두르는 쪽이다.

손예진에게 가슴아린 눈빛이 있다면, 이요원에게는 아주 차분하고 냉혹하지는 않지만 차갑고 담담한 그런 눈빛이 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버럭 화를 내지도 않으면서 부드럽고 온화하게 그러나 결단력 있는 화술을 선보일 줄 안다. 그녀의 깡마르고 길다란 몸조차 소위 '깡'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나는 그녀의 그런 드라마 선택이 캐릭터 선택이  좋다. 특히 이번 선택은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여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보영일 것이다. 그녀는 조금 '신파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승무원 광고를 하면서 그 예쁜 얼굴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 '예쁨'이, 남에게 언제나 고분고분 잘 할 것 같은 '참한' 이미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심지어 최고 시청률을 자랑했던 지난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하면서도 나는 그녀가 가진 구태의연한 '신파성'이 제대로 극복되지 못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서 적당히 못되고 적당히 속물적인, 그래서 고분고분 참한 이미지를 벗어던진(물론 서영이도 그리 착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지분대고 질질대는 여자의 이미지를 완전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경쾌함과 당당한 이미지마저 가지게 된 이보영은 아주 매력적이다. 대강대강 대충대충 사회에 적응하며 비겁하게 살지만  때로 정의에 부르르 떠는 우리들과 그다지 다를바가 없다는 걸, 그녀의 캐릭터가 우리 스스로를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해준다는 걸, 드라마가 그리고 이보영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옆으로 돌아간 치마 지적에 창피해하지도, 대꾸도 하지않고 휙하니 치마를 돌려입는 장면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나의 친구들 같았다.




그리고 드라마


스릴러 성격의 드라마들이 많았다는 건 여름이라는 시즌 탓이었기 때문이겠지만, 전반적으로 드라마들이 내포하고 있는 소재가 나를 매우 흥미롭게 했다. 기본적으로 권력과 폭력에 대한, 윗분들에 대한 강한 유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어>는 한국 역사 전체를 휩쓸고 지나간다. <상어>는 시민들을 쓰러뜨리고 학살하고도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고 여전히 떵떵거리고 계신 수 많은 윗분들, 그 역사에 대한 죄값을 제대로 묻기 위해 달리는 약한 사람들, 그리고 그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사 속에서 여전히 신음하고 있는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상어>는 복수극이라는 얼굴 뒤에 숨은 한국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려고 한다. 여전히 대대손손 물려내려오고 있는 권력, 전혀 죄값을 치르지 않고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현재, 폭력의 역사를 말이다.

막판에 이르러 헐거워진 고리들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는 우리의 역사의식에 대해서, 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어영부영 돈과 권력에 의해 묻히고 넘어가고 있는 우리의 과거가 결국현재 어떤 부메랑으로 날아오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오늘 함께 내린 <무정도시>도 마찬가지다. '마약조직에 있는 사람 가운데 반 이상이 언더커버야?'라는 반응,  드라마의 2/3쯤 이르러 어쩐지 결말을 다 알 것 같은 드라마 전개, 그리고 '정확하게 무얼 위해서?'라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빠져있는 내용(나는 도대체 돈을 얻으려고 굳이 위험한 마약조직과 정치권 세력이 결탁했다...는 건 좀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재벌로부터 얼마나 많이 돈을 받으실텐데 굳이.. 마약은.. 뭐랄까...그 사이에  조금  더 치말한 내용이 있을 줄 알았다. 게다가 중간에 마치 정치권의 더 윗선과도 연결이 된 것처럼 계속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흠...뭐랄까 제대로 이야기하지도 않고 흐지부지   넘어갔다는 생각? 때로 드라마가 실수하는 것들이 있다. 윗분들의 더러운 커넥션이라는 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억지스러운 내용들을 만들 때...이럴 때 정말 아쉽다. 조금만 조금만... 하는 생각이 든다)이 정말 정말 오랫만의 재밌는 느와르의 탄생을 조금 아쉽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과 친구와 적이 계속해서 엎치락 뒷치락하는 재미 등은 최근 드라마 속에서 보기 어려운 내용이었다는 것은 크게 인정할 부분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경찰조직, 검찰, 심지어 정치권 그리고 사학재단들의 문제성을 제기하고, 그들이 사실은 알고보면 더 큰 범죄조직이라는 설정은 확실히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쓰고보니 아쉬운 부분만 썼는데, 괜찮았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는 것이 나의 입장.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참 탄탄하게 잘 조직된 캐릭터 드라마이고 사회 드라마다. 무엇보다 캐릭터를 치밀하게 준비해놓았다는 것이 결국 사회적인 메시지를 쉽게 녹아들게 하는 비결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등장하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그다지 긴장감있게 하는 종류의 내용이 아니다. 만약 그것을 따로 떨어뜨려놓고 미국드라마와 비교해보면 다소 김빠질 수도 있는 소재일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가 저 정도의 사건을 가지고 법정에서 드라마틱한 변론을 한다는 게... 흠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각각의 에피소드가 재미난 캐릭터와 만나고,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인 은유로 연결되면 그것이 꽤 괜찮은 드라마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 일본 드라마 <시효경찰>이 많이 생각난다. 각각의 사건들은 긴장감보다는 인간에 대한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황금의 제국>이다. 내용도 치밀하고, 사람들의 관계와 설정이 너무나 신선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고수는 자신의 아버지 복수를 하겠다고 <상어>처럼 달려드는 대신, (언젠가 복수를 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돈을 많이 벌어 저 자식들 자리에 오르겠다고 독하게 덤벼든다. 그는 결코 신림동 판자촌에서 자란 좋은 나라 사람이 아니고, 그들의 나쁜 나라 방식을 배워 나쁜 나라 사람보다 더 독해진다. 그 어느 누구도 좋은 나라 사람이 아니고, 그 어느 누구도 나쁜 나라사람이 아니다. 고수, 손현주, 이요원 모두 자신의 권력을 위해 좋은 패와 나쁜 패를 번갈아 잡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세 사람은 마치 게임판 위의 말처럼 서로 친구가 됐다가, 서로 배반도 하면서 황금의 제국을 향해 달려간다. 이것은 마치 미국 드라마의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그 어느 주인공도 완벽하게 주인공이 아니고, 그 어느 조연도 완벽하게 조연이 아니다. 그들 서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저 열심히 달려갈 뿐이고, 그 사이에 피해자와 가해자, 권모술수의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는 캐릭터를 두고 '선한 악인'이라는 단어를 붙여가며 악역의 입체감에 대해서 말해왔다. 그러나 <황금의 제국>에는 '선한 악인' 조차 없다. 이익을 위해 달려가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이제 겨우 10회 달려왔으니... 아직 나를 몇주간 더 흥분 시킬 예정이다.


아 생각해보니 <스캔들>도 이 드라마들의 대열에 들어간다. 이 드라마 역시 90년대 이후 한국 역사와 권력, 그리고 권력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런 드라마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이, 그리고 작가들이 답답함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과연 저 윗분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마치 <너목들>의 서검사 아버지처럼 나는 틀리지 않았다, 나는 아니다 하고 계시려나?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