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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3 미국에서 그리워했던 한국음식 (7)

많은 친구들이 걱정한다. 미국가서 한국음식 먹는 것 너무 걱정된다고. 뉴욕에 찾아올 때마다 친구들이 전화로 묻는 몇가지 일들.

"혜영아, 고춧가루 있어? 된장은? 쥐포나 오징어 가지고 갈까?"

실제로 남편을 제외한 외국사람들은 내 김치냄새를 맡고 코를 쥘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선입견들은 다들 예상하듯 NO.

일단 미국에는, 특히 뉴욕에는 고춧가루, 된장, 간장, 쥐포, 오징어, 김치 다 있다. 물론 한국보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사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친구들이 고추장 된장을 들고 오다 깨질까봐, 쥐포 오징어 가지고 오다 깨끗한 옷에 냄새가 배서 미국을 걸어다니며 퀘퀘한 냄새를 풍길까봐 걱정이 된다. '그러니 친구들, 나는 다 괜찮으니 안가져와도 돼@@'


하지만 그 어느나라에 있는 음식이 한국산만큼 맛있겠나. 바지락같은 것을 구할 수가 없어서 클램으로 대체해야 하거나, 냉동바지락을 한국마트에서 사곤 한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님을 모시고 바지락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작은 조개 속에서 작은 살코기를 골라먹는 그 기분을 즐기고 싶어서 말이다. 미국에는 해물칼국수집은 있어도, 바지락 칼국수는 없다(아니, 나는 아직 못찾았다).


무엇보다도 특히, 김치찌개.

물론 맛있는 김치도 많다. 나는 미국에서 유기농 유산균 김치가 있다고 해서, 그 김치를 구입해서 먹곤 하는데, 뭐가 됐든, 미국에서는 '나파 캐비지'라고 불리는 미국 배추는 한국 배추와는 확연이 다르다. (NAPA CABBAGE-는 나름대로 유명해졌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김치는 이제 오가닉 발효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에. 남편의 친구는 우리집에 놀러온 아침에, "혜영, 나 아침은 괜찮고, 하나 부탁해도 돼? 저 냉장고 안에 있는 김치 좀 먹어도 될까?" 하고 밥도 없이 김치만 우걱우걱 먹었다. "헤이, 남편친구, 김치는 샐러드가 아니라고! 짜다, 짜." ) 나파 캐비지는 한국 배추보다 두툼하고 흰 줄기부분이 억세다. 그래서 김치를 하고 신김치가 될 때도 그 부분은 사각사각. 그렇다보니 처음 미국에서 김치찌개를 만들었을 때, 물이 많이 나와서 멀건 김치국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제는 흰 줄기부분을 최대한 피해서 넣거나, 신김치도 아주 푹 익은 신김치만 넣어 만들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역시 맛좋은 김치찌개맛은 잘 나오지를 않는다.


어머니는 한국에 돌아온 나에게 매일 김치찌개를 반찬처럼 주고 계신다.

한국산 돼지고기 삼겹살에 김치찌개! 광화문 할머니집보다 맛있는 엄마의 찌개. 더 좋은 건 내가 밥을 할 필요도,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다는 거. 친정엄마가 좋은게 이런 거구나 :)


어린시절부터 닭고기 소녀로 불렸던 나를 위해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신 닭백숙.



엄마가 앞으로 사진찍을 거면 미리 말하라고 말씀하심. "아니, 내가 제대로 꾸미지도 않았는데 사진을 찍으면 어떡해!" 역시 전 잡지 에디터의 어머니다운 말씀. :)



그리고 현재까지 가장 좋아하는 마포의 을밀대를 방문하지 못했지만,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나는 뉴욕에서 맛좋은 평양냉면 집을 아직 찾지 못했다.


지저분해보여서 죄송. 너무 배가 고파서 젓가락부터 넣고 먹다가, 문득 떠올라 찍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온 요즘은, 정신없이 먼저 먹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나서 어디든 길 위 노점상에서 서서 먹을 수 있었던 분식 떡볶이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일이다. 거기에 오뎅까지 ㅠㅠ.

며칠 전, 친한 언니를 만나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서촌 일대를 돌다가, 통인시장안에 위치하고 있는 '기름 떡볶이'를 찾아갔다.
80이 다 되어가시는 할머니라고 하는데, 혼자 순서대로 척척척척 이 힘든 노동을 해내고 계셨다. 이런 바쁜 일을 젊은이들보다 더 빨리 해내시는 걸 보니, 그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친한 언니의 말에 따르면, 사실 '기름 떡볶이'의 연원은 6.25 전쟁 속에 배가 고픈 아이들을 위해 서울로 피난온 어머니들이 급하게 기름 위에 떡을 넣고 볶아 먹었던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국물 떡볶이는 사실 이런 것에서 변형된 것인가보다. 하긴 떡볶이가, 볶이 아닌가.

나는 사실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기름이 입에서 도는 것이 고소하게 느껴졌다. 간장떡볶이는 짜기보다 달달한 맛이 일품.


자, 아마도, 며칠동안 나의 그리운 한국음식 타령은 계속 될 것 같다. 미국에 돌아가면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래야지.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