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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0 미국의 빨래방에는...

한국에서는, 비록 자취생의 신분이라도 대부분 세탁기를 집에 두고 산다. 나 역시도 그랬다. 처음 부모님의 집에서 독립했을 때, 일단 내가 살던 원룸 아파트는 세탁기, 가스렌지, 냉장고 등이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나중에 회사 근처의 집으로 옮길 때는 대부분의 세간살이를 내 돈으로 장만했는데, 그중 가장 비쌌던 것이 아마도 나의 드럼세탁기였다. 이불세탁까지 하려고 생각보다 큰 것으로 장만했고, 결혼해서 미국에 오기직전까지 사용했으니, 이 녀석을 되팔 때는 생각보다 참.. 어려웠다. 마치 내가 키우던 고양이를 누군가에게 건네주고 오는 기분...까지는 아니겠지만... 여튼 그런 느낌이었다.


미국에서 하우스에 살게 되면 대부분 집의 지하창고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구비하고 산다. (미국에서 건조기는 거의 기본이다. 나는 한국에서 드럼세탁기를 살 때,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들 해서, 건조기능이 없는 것으로 구입했었는데... 가끔 여름에 옷들이 잘 마르지 않아서 때로 냄새가 날 때는 이 기능이 없는 것을 산 것을 후회하곤 했다)

하지만 뉴욕은 워낙 집들도 작고, 한 건물에 서너가구 이상이 함께 살다보니, 이러한 것이 쉽지 않고, 그래서 대부분 각 동네마다 한두개씩 있는 빨래방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몇몇 빌딩에서는 공동으로 지하를 사용하고 공동 세탁기와 건조기를 두고 함께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집은 집주인 아저씨와 우리만 사는 2세대 주택이기 때문에 빨래방을 이용해야 한다. 빨래방이 매 블록마다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멀리 걸을 필요는 없지만, 깨끗한 세탁소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몇 군데를 들러 시험해보기도 했다.

여하튼, 한국인에게 빨래방 문화는 상당히 신선하다. 나 역시 유럽배낭여행을 할 때 오스트리아의 한 빨래방에 들러 그동안 여행하며 더러워진 옷들을 세탁했었는데, 세탁소에서 나는 비누냄새도 좋았고, 그 한가로운 시간도 좋았고,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 젊은이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손짓발짓으로 한 귀여운 청년에게 건조기 사용법을 배웠던  기억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살다보니 매번 나가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가끔은 적은 분량의 빨래를 빨리 해치우고 싶은데, 매번 세탁할 때마다 드는 몇달러의 돈이 아까워서, 적어도 열흘 혹은 2주씩 기다리곤 하는 것이다. 게다가 흰옷, 색깔옷도 구분해서 빨아야 하고, 뜨거운 물에 팔팔 끓여야 하는 옷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갈 때마다 책 한권을 들고 가서 앉아 없던 여유를 만드는 과정이 꽤 근사하다. 이 지극히 서민적인 습관이 빨래 비누 냄새와 섞이면서 나를 보다 넓은 지식의 구름 위에 앉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런데 오늘은 이 싱그러운 여유가, 역시나 미국의 한 단면과 마주치며 쨍그랑 소리를 냈다.
이곳 벽에 붙어있는 벽보들 때문이었는데, 아, 이것은 재미있는 유머였을까?




이러지 말아달라... 애들을 카트에 태우지 말고 너무 많은 옷을 넣지 말고 등등...까지는 괜찮은데.

"제발, 주머니에 있는 것을 비워주세요. 머리핀, 연필, 볼트., 돈.......총알(!!!!!!)"


seriously?! 세탁하기 전에, 주머니에 있는 총알은 빼주세요. 여러분... 농담일까, 진담일까. 흠칫.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