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10.08 (연애컬럼) 내게 너무 예쁜 지방남자 (2)
  2. 2013.08.03 (연애컬럼) 언니의 충고 (26)
  3. 2013.08.01 이효리의 결혼- 벤츠남 만나기 (4)

결혼 후, 연애원고가 형편없어졌다. 인정한다. 그래서 청탁이 잘 안 들어온다. 청탁이 들어와도 내가 저어한다. '제게 연애 더듬이가 사라져서요.' 그래도 어쩔수 없이 바쁘셨던지, 마리끌레르 선배가 급히 맡긴 원고, 선배의 부탁은 하나였다."얘야, 네가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가서 좀 써봐라."

예! 위 사진은 이 내용과 아무런 상관도 없음을 미리 인정하는 바입니다! :)




내게 너무 예쁜 지방남자


서울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사과는 대구에서, 감은 청도에서, 옥돔은 제주도에서,  그리고 괜찮은 상남자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공연을 하며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던 2류 인디밴드 전 남자친구는 말했다. 애교도 많고 수다도 많은 부산 여자들이 제일 좋다고. 그러면서 광주, 전주, 대구, 부산 등 지방의 사투리가 여성들의 어떤 섹시함을 부각시키는지 말도 안되는 논리를 지어내곤 했다. , 이게 지금 서울태생 여자친구에게 할 말이가. 논리가 사라진 정치에서조차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하는데, 너 지금 지역 감정 조장하자는 거냐. 그러나 정치가 언제나 거짓이듯, 솔직하게 생각해보니 나 역시도 연애의 지역감정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 굳이 지도로 그림을 그려 고백해보자면, 곱게 자란 것 같은 강남 녀석들보다는 조금 세련미가 떨어지는 강북남자가, 그리고 서울 남자보다는 지방에서 올라온 남자가 조금 더 매력적이었다고 할까.


나같은 사람이야 태생적으로 강북에서 태어나 나보다 더 여우같은 강남남자, 서울남자들의 세련미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 치고, 후배 H는 강남 출신에, 아마도 인생의 대부분을 하이힐을 끌어안고 살았음에 분명한 스타일을 갖추고 그 어떤 남자라도 굴복시킬 것 같은  또랑또랑한 친구인데 툭하면 지방남자 진국론을 펼치곤 했다. 그녀의 논리를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자들의 적당한 콤플렉스는 여자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 A는 운전을 아주 잘 했다. 그와 데이트를 할 때면 레스토랑을 고르려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지도 검색을 할 필요도 없었다. 압구정동 토박이인 그는 GPS 네비게이터가 없이도 강남 뒷골목 일방통행 길을 잘도 찾아 끔찍한 교통지옥을 벗어나는 법을 잘도 알았다. H의 생일 즈음에는 루이비통 백 대신 지난 번 데이트 때 그녀가 편집숍에서 눈도장만 찍어둔 마르지엘라 재킷을 사올 줄 알았고, 한국에 내한한 유명 DJ의 공연에 그녀를 데려가 주었다. 좋은 와인과 좋은 음식을 논할 줄 아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 뿐인가, 그는 아는 것이 더 많았다. A는 자동차를 세워두고 둘만의 은밀한 사생활을 만들수 있는 공간을 (그의 표현에 의하면) 운이 좋게도 잘 찾아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연애하고 있는 B는 운전을 아주 못한다. 급정거에 오른팔을 그녀의 가슴 앞으로 내밀어 막아주는 젠틀맨의 애티튜드도 없고,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아내는 재주도 없으며, 네비게이터의 도움을 받아도 곧잘 잘못된 길로 들어서곤 해서 그녀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언제나 동네를 빙빙 돌아야 했다. 그는 올림픽대로에서 한강다리 순서를 하나도 모르는 그런 남자였다. 그럴만도 한 것이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해 자취를 한 지 10. 덕분에 셔츠는 언제나 링클 프리 제품, 티셔츠는 언제나 구겨진채로 입었고.


어느모로보나 AB보다 멋졌다. 까다로운 H의 취향을 별 어려움없이 잘도 맞추었고, 오히려 H가 그의 세련미에 머쓱해질 정도였다. 깔끔한 매너와 태도로 H를 사로잡았고 몇달 동안 그녀를 들뜨게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 그 문화질이 그리 색다르지도, 재밌지도 않게 됐다고 했다. 그는 너무 매끈했다. 그의 재단 된 옷 만큼 재단된 선 안에서 사귀는 것 같았고, 뒷골목을 잘 아는 것만큼, 그녀 몰래 뒷길로 잘 새어나갈 것 같았다. 헤어지는 순간도 그랬다. AH도 서로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다. 석달 사귀는 동안 딱히 크게 싸운 것도 없었지만, 그냥 A는 연락을 뜸하게 하더니 어느 순간 끊어버렸다. “뭐랄까, 먼저 연락해서 너 나한테 화났니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의 매끈한 매너가 오히려 우리 사이의 거리감을 유지했어요. 생각해보면 그걸 의도하며 나를 재고 있던 기분이기도 하고. 그거, 원래 여자 전유물이었던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부산, 광주 등 지방도시 출신 사람들은 촌스럽다고 말하자는 건 아니다. 아니, 촌스러운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자는 거다. 그녀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서울출신이 아닌 사람이 가진 일종의 문화적 콤플렉스가 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만든다고 했다. 같이 공연을 가는 것도, 같이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을 가는 것도, 아는 척 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그녀가 리드하도록 허용해주며 따라한다. “제가 쇼핑하는 것만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불평같은 것 잘 안하거든요. 무덤덤한 척 하다가도 남자들은 이래야 해하면서 남자로서의 책임감을 급작스럽게 떠올리는 것도 귀엽고요. 아직 지방에는 상남자가 남아있어요. 게다가 엄마없이 혼자 사는 법을 알고 있다는 점이 진짜 플러스죠. 외롭게 혼자 살아서 적당히 애정결핍을 가지고 있다는 건 투 플러스고요. 예전엔 남자친구가 왜 만나자고 안하나 안달했는데 B와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지만, 결정적일 때 테스토스테론을 확 풍긴다고 하고  전라도 남자는 사근사근 말도 많이 하고 자상하게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한다. 여하튼 한가지 확실한 건, 요즘 한국 여자들이 남자들의 날 것의 거친 매력에 목말라하고 있고 그래서 새끈한 서울 남자 보다 지방 남자가 좋다고 징징대는 것이다. 그래, 인정하자. 연애도 패션 트렌드와 비슷하다는 것을. 모던하고 재단이 잘 된 의상이 넘쳐나면 다시 빈티지 스타일의 꽃무늬 원피스가 그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자들이 예민하지 못하고 뭉툭하게 굴던 시절일 때는 조금 예민하게 여자를 좀 이해했으면 했는데, 이제 꽃미남과 세련된 남자들이 넘쳐나니까 무뚝뚝해도 남자란 말이야하는 올드스쿨 상남자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H나 몇몇 후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지방에는 그런 남자들이 남아있나보다. H가 말했다. “다이아몬드 원석은 안 비싸요. 세공을 해야 비싸지죠. 세공 까짓거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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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얼루어> 10주년기념호 컬럼


<10년전이었다면 당신은...?>이라는 주제로 원고청탁이 들어왔다. 남편이 종종 나에게 말한다. 나는 과거지향적이라기보다 미래지향적이라고. 칭찬이기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과거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있어도 과거에 가졌던 감정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 못된다. 그래서 아마도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 나가는 대신, 잘못을 곧잘 되풀이하는지도.
내가 무슨 충고를 할만한 입장이 되냐면서도, 원고료라는 달콤함과 담당 에디터와의 친분에 넘어가 꼰대짓 좀 해봤다. 어쨌든 결론은 뭐가 됐든, 내 말은 듣지 말라는 것이다.


<언니의 충고>

당신은 생각만큼 늙지 않았다.

언제가 성인이었을까? 당신이 이제 법적으로 알콜을 마셔도 된다고 나라에서 선언해주었던 스무살, 아니면 끔찍한 입시지옥에서 벗어났던 고3 졸업식, 그도 아니라면 약육강식의 사회에 발을 내딛었던 입사 첫 날?

솔직히 서른 일곱이 된 지금에도 그 ‘Adult’라는 단어의 정의를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실수투성이고, 좌절의 늪에서 헤엄치기도 하고, 초등학교 학생처럼 날뛰며 좋아하기도 하고, 며칠동안 청소 한 번 안하고 발가락으로 리모컨 TV채널을 돌리기도 한다. 넌 도대체 지금 몇 살이니?

‘10년 전이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뜬금없이 성인에 대한 정의를 몰고 들어온 건, 스물 일곱의 (그 때는 몰랐지만) 꽃다운 나이에 내가 지나치게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지나치게 골몰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기대하는 성인으로서의 룰에 나를 끼워맞추기 위해서 정신적으로 나를 지나치게 혹사시켰던 것이다. 오로지 대학입학만을 목적으로 달렸던 10대를 보낸 우리들은 만 20세가 되어서야 겨우 자유라는 것이 뭔지 알았다. 그제서야 라는 사람의 정체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뭔지 배우기 시작한 내가 스물 일곱이라는 나이에 마치 세상을 다 아는 사람처럼 흉내내봤자 소용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니 사회에 나섰을 때, 선배나 상사에게 꾸지람이라도 들으면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인가’ ‘내가 꿈꿨던 커리어우먼은 이게 아니었어하며 세상 끝난 것처럼 좌절하거나 세상을 욕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던 것 같다.

만약 지금 그 나이를 보내는 (당신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꽃다운 청춘들이 있다면, 당신이 아직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충분히 늙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깨져도 된다. 욕 좀 먹어도 된다. 실수 충분히 해도 된다.  서른 일곱이 되고 보니, 나는 그 때 이제 막 사회에 입문한 새내기라는 사실을 몰랐다. 사회에 발을 내디뎠으니 완벽한 드라마 커리어우먼처럼 잘할 줄만 알았다. 좌절할 시간에 까짓거하면서 조금 더 즐겼으면 좋았을 걸, 나를 알아보지 못한 세상 탓 할 시간에 다음에 잘하지 뭐조금 더 경쾌하게 살았다면 좋았을 걸, 그랬다면 보다 생산적인 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너무 어린 나이에 남들의 기대에 맞게 내 인생을 결정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았다면 보다 많은 것을 경험했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30대가 오고 40대가 온다. 그저 착실하게 맡은 일만 잘 하면 대리자리도 오고 과장 자리도 오고 차장자리도 온다. 하지만 조금 더 재미난 삶, 즐거운 삶은 누구에게나 오는 건 아닌 것 같다. 고작 10년 후면 촌스러워서 들고 다니지도 못할 고가의 명품 백을 구입하고 돈 좀 있는 척, 성공한 척 하느니 그 돈으로 조금 더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고, 배낭여행도 한 번 더 했었더라면(지금은 몸이 힘들어서 여행을 가는데도 2배의 경비가 든다) 보다 넓은 견문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영어공부 같은 것도 재밌어서 신나게 했을 것 같다. 맨날 학원 끊고 3일도 못가서 중도하차하던, 지루한 학원등록게임 같은 거 안하고 네이티브처럼 입이 훨훨 날지 않았을까. 그래도 여전히 글로벌 시대인 관계로, 현재 30대 중반에 다 굳어버린 머리로 영어 공부하려니 머리가 다 아프다.

연애도 그랬다. 그 때 만났던 소위 괜찮은 조건의 변호사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나의 욕망, 야심, 장점을 다 꼭꼭 숨기고 착한 척, 순한 면만을 부각했더니 그의 어머니가 혼수 비용 운운하시며 결혼하면 회사도 때려치우고 남편 월급 중 일부도 꼬박꼬박 보내라고 했다. 도대체 왜 나는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그 마마보이에게 3년을 허송세월 했을까. 나를 얕잡아 보지 않을 남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남자, 나를 간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그런 남자 심지어 사회가 이야기하는 조건 좋은 남자도 내가 다울 때 나타난다. 까짓거 나이도 젊은데 뭐 어떤가, 유혹에도 흔들리고, 나쁜남자도 만나보고 그러면서 연애라는게 뭔지도 배우고, 남자라는 족속이 어떤지도 좀 미리 배우고, 그럴걸. 그걸 몰라 나는 서른 넘어 뒤늦게 바람나서 찌질한 루저 녀석들을 만나고 다녔다. 서른 넘어 방황하고 마음에 상처를 얻으면 회복이 늦다. 새살이 늦게 돋는다. 하지만 20대 때는 모든 것이 더 쉽다. 새살도 빨리 돋고, 경험한 만큼 깨달음도 크다.

그러니까 내 말은, 결국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대가 당신을 먹여살려주지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전이었다면 나는 보다 자유롭고 싶다. 그 자유와 젊음을 보다 누리면서 신나게 지냈을 것이다. 서른이 지나고 나서야 나 자신에게 솔직하자며 뛰어다니면 추해지는 것 같다. 마치 20대 대학생이 입을 법한 초미니스커트에 핑크 블러셔를 얼굴에 떡칠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 창피하게도 내가 그 미니스커트 핑크블러셔였다.  그러니 20대 때는 맘껏 자유로워도 된다. 그 이후 30, 어른이 되면 된다.



당신이 아직 20대라면, 아니, 30대 초반이라도 괜찮다. 하늘로 날아라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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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차 가고 벤츠 온다

 

지긋지긋한 나쁜 남자, 이제 폐차장에 보내버려라. 이제는 벤츠를 뽑을 차례다.

 

연애 원고 하나만 써주세요.” 카톡으로 온 담당 에디터의 메시지다. 안정된 결혼생활, 그것도 신혼생활은 사람의 감성을 무디게 만드는 면이 없지 않아 몇달 전만 해도 내 마음을 뒤숭숭하게 했던 드라마도 그 어떤 이별 노래도 보살이 된 듯 아 이 어린 녀석들, 허허하고 무념무상의 도를 터득하게 된지 오래. 사람의 가슴이 조물조물 꿈틀꿈틀대는 감정에서 멀어진 나로서는 간만의 연애원고 청탁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제는 벤츠남을 만나는 법그리고 내 남편이 벤츠남에 가까운 것 같아서라는 참고 내용.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수많은 잘생긴 배우들이 뜬다. 하지만 신조어 벤츠남에 대해서 이렇다할 답변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똥차 가고 벤츠 온다’,  별볼일 없는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고 나면 결국  벤츠처럼 완벽한 남자를 만난다정도로 요약이 되겠다. 감사한 일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내 남편은 벤츠랑은 좀 거리가 멀어보인다. 이제 학생신분에서 막 탈출해 돈도 없고, 따져보면 외모도 썩 훌륭한 편은 못된다. 물론 언제나 사려깊게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언제나 고마운 건 사실이지만. 그런데 벤츠남이라니? 게다가 벤츠라는 말이 너무 럭셔리해서 말이다.

 

 


얼마전 이효리가 결혼 발표를 했다.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10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이효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톱의 자리를 잃지 않고 줄곧 화려하게 살아온 사람이었기에 아마도 그녀의 결혼 발표에 많은 사람들이 더 놀랐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그녀가 재벌집 아들이라도 만났거나, 인기 정상의 배우를 만나 결혼발표를 했다면 이렇게 이렇네 저렇네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녀의 결혼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은 공통적인 반응인 듯 하다.


나쁜 남자는 매력적이다. 가끔은 치명적이다. 남녀 관계의 권력 수평 밸런스가 한쪽으로 기우는 순간, 그 남자는 나쁜 남자가 된다. 여자들의 경우, ‘사랑한다의 말을 나자신보다  널 더 생각한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단어로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정기적으로 했던 플랜들을 한번에 뒤집곤 한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때문에 지난 달 큰맘 먹고 등록한 영어 학원을 몇 번이나 빠졌는지 생각해봐라. 남자들은 친구들의 술자리 때문에 학원을 빠지는 경우는 있어도, 여자친구 때문에 데이트 때문에 자신의 계획을 쉽게 수정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가 하는대로 참고 내버려둘 정도로 그리 순정적이지도 않다. 내가 희생한 사랑만큼 그도 나에게 되돌려주길 바란다. “너 왜 전화 안받아? 나는 너 때문에 이것도 안했고 저것도 안했고.” “누가 그러래? 내가 그러랬어?” 당신이 사랑한다는 그 나쁜 남자, 그렇게 싸우고도 결코 끝낼 수는 없었던 그 남자는, 어쩌면 내 남자가 아니다. 집안에서 공부 하나 잘했다고 오냐오냐 자란 그 이기적이고 자기본위적인, 어딜가나 잘 난 그 남자는,  아무리 잘생기고 집안이 좋았다고 한들 어쩌면 내 남자가 아니다. 그 남자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배려없는 그의 태도도 참아내고, 멋대로 연락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그를 이해만 해주는, 그런 순정적인 여자다. 당신 자신의 자존심을 멋대로 생각하고 당신을 스스로 학대하게 만드는 그 남자는 그리 훌륭한 남자도 아니다.


솔직히 우리가 이효리의 진짜 연애사를 알 턱도 없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녀처럼 당차고, 똑똑하고,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여자가 마치 누군가를 떠받들듯 모시며 시집을 가려고 했었다면 아마 실망했을 것이다.


여기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굳이 떠받들며 시집가지 않아도 될 남자가, 내가 떠받들며 시집가야하는 남자보다 못한것 아닌가하고 생각하는 오해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나쁜 남자들의 덫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남자들이 있다. 당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지지하고 도와주며 응원하는 남자. 자신의 미래만큼이나 나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조율하려는 남자. 굳이 나보다 앞에 나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그까짓거 신경쓰지 않는 남자. 너무 훌륭하다고? 맞다. 당신이 떠받들어야 관계가 가능했던 그 남자보다 훨씬 훌륭하다. 하지만 당신은 충분히 그런 남자를 만났고, 그런 남자에게 관심도 받았지만, 무신경하게 그들을 흘려보냈다. 그들은 생각보다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내 남편처럼 190이 훌쩍 넘어서 장대처럼 보일 수도 있고, 항상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했기 때문에, 나를 깔깔대고 웃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구의 다이어그램 안에 그를 꼼짝 못하게 묶어놓기도 했다. <아빠, 어디가>의 윤민수 같은 남자, 아내 자랑에 여념이 없는 강성진같은 남자, 그런 남자들을 놓친 건, 그런 남자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남자를 보지 않은 당신 탓일 수도 있다. 뽀얗게 앉은 먼지를 털고 나니, 그 남자가 벤츠로 보이더라 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쁜 남자군에서 남자를 만나고 있는 당신을 탓할 자격은 아무도 없다. 당신의 감정과 브레인을 멋대로 휘젓고 흔들어놓는 그 소용돌이가 지긋지긋해질 때, 그 때, 차분히 주변을 보면 되지 않을까. 잔소리 많은 어르신들의 말이 옳을 때가 더 많다. 사랑이란 꼭 폭풍우 같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천천히 젖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그렇게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 앞을 보고 걷기도 더 쉽다. 

 


PS 이 원고를 마리끌레르에 송고하고 책도 나온 후, 나는  이효리 결혼식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참 그녀답다. 그래서 그녀를 좋아한다. 나도 결혼식이라는 걸 힘들게 준비해봤지만, 결혼식에 오는 사람도, 하는 당사자도 어서 빨리 이 '일'을 후딱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나는 남편의 의사를 존중해서 파티도 열고, 시아버님과 춤도 췄지만...여튼, 머릿속에는 오직 어서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으니까. 온 하객들에게 미안하고 어색하고, 창피하고, 고맙고 하는 마음 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식'이라는 걸 도대체 왜 하는걸까?라고 몇번이나 생각했었다.

다행히 그녀는 우리처럼 비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소신껏 자신의 삶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좋다. 그녀가 그녀다워서. 이렇게 톱스타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일깨우는 건 분명 사실인 것 같다. 15년 전, 그녀가 핑클이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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