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국인 남편은 한국의 경영학 대학원을 2년간 다녔다.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다 온 사람들이 많은 경영학 대학원이다보니 함께 공부하던 한국인 친구들과 외국인친구들이 결혼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 남편이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와서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웨딩홀이 그런 곳인지 몰랐어! 결혼할 사람들의 결혼식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 같아! 아무도 결혼식에 참여하지 않고 다들 뒤에서 떠들고, 정신도 없고. 끝나자마자 밥 먹고 집에 가는 거였어? 한국 결혼식은 비즈니스 하러 가는 것 같아 ㅠㅠ"


남동생이 회관을 빌려 결혼할 때, 실질적으로(본래는 2시간 반 정도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시간은) 대여할 수 있는 총 시간은 1시간 반이었다. 그러니까, 30분 만에 빨리 끝내야 그 다음 사진 찍고, 청소하고 나면 바로 다른 커플이 결혼할 수 있었던 거다.  외국인 친구들의 한국인 결혼식으로 느낀 충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인 우리조차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행복한 파티를 벌일 수 있는 그런 결혼식에는 너무 큰 돈이 든다는 것. 서울의 유명한 하우스웨딩홀의 가격은 대여비보다도 식사비(한 명의 식사비로 보통 10만원 정도 돈을 내야한다)그리고 데코레이션 비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겠지만, 우리에게 결혼식이란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라는 느낌보다,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고 '축의금을 내러 가는' 의무의 느낌이 강하다. 나 역시도 결혼식에 참석해서 머릿수를 채우고, 사진을 찍고, 축의금을 내고, 때로는 식사를 하지도 않고 급하게 자리를 떠난다. 특히 친구와 일대일로 아는 경우에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더욱 불편한 자리가 된다. 그러다보니 결혼식을 하는 당사자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도, 그저 서로를 위해 빨리 끝내는 결혼식이 좋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시청에서 하는 외국의 결혼식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사인하고, 친구들과 간단하게 식사하는 그런 작은 결혼식. 혹은 결혼식을 생략한 결혼. 나 역시 이런 결혼식을 꿈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결혼식을 작게, 혹은 생략하는 것 역시 쉽지만은 않은 것이,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인륜지대사'를 사람들에게 공표하는 것도 일종의 예의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그동안 저축(!!!)해놓은 축의금을 되돌려 받고 싶은 속물적인 생각도 스물스물 올라올 것이고 말이다.

남편(당시에는 남자친구)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설명했지만, 결혼식을 준비하기 전 남편은 이렇게 공표했다. "나는 결혼식에 '로맨스'가 있었으면 좋겠어!"

'흑, 로맨스가 있는 결혼을 하려면, 돈이 든다구!'


그래서 나는 결국 셀프 웨딩을 선택하게 됐다. 나 역시도 비즈니스같은 결혼식은 하고 싶지는 않았고, 돈도 적게 드는 그런 결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셀프 웨딩....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신부의 입장에서는 정말 등골 빠지는 힘든 작업이기는 하다. (게다가 나는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 남편을 맞은 관계로  남자가 준비해야하는 일도 함께 하느라 말이다.) 그래도 '시월드'가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고(이 부분이 신부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혼수, 예물, 예단 같은 것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보니 조금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남편은 웨딩드레스를 빌리는 부분에서 한마디로 '깜놀'하였다. 가격도 싸지 않은데, 한번 입고 돌려주는 것이라니. 나 역시 억울했지만, 방법이 있나?

방법이 있었다. 빈티지 웨딩드레스를 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빈티지 웨딩드레스로 검색을 해보면... 정말 그야말로 유령신부에게나 어울릴법한 '빈티지'인 경우가 많아서 아주 작게 결혼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결혼 사진을 독특하게 찍는 것이 아니라면 구입하기가 좀 그렇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웨딩드레스를 싼 가격에 대여해준다고 했지만,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참고할 때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웨딩드레스를 많이 구입해서 입는 미국인들의 사이트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찾아낸 사이트


http://www.preownedweddingdresses.com/




이곳에서는 이미 한 번 결혼을 했던 사람들이 자신이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가격을 낮추어 올리는 사이트이고, 직거래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페이팔'등을 이용해 대금을 지불하고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파는 사람의 조건도 각기 다른 것이 특징이다. 예쁜 드레스를 골랐는데, 외국으로 해외배송을 할 마음이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의 좋은 점은 제품이 아주 많다는 것, 사이즈별, 디자이너별 드레스가 다 있다는 것. 특히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팔려나가는 최고급 명품 웨딩드레스의 지난 시즌 드레스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 특이할만하다. (내가 듣기로 베라왕 등의 드레스를 빌리는 가격이 2백~5백만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그 가격이면 명품드레스를 구입도 가능하다) 물론, 저렴한 가격의 중저가 브랜드 웨딩드레스는 더욱 많고 말이다.






대부분의 셀러들은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고, 메일을 보내면 대부분 즉시 답을 보내준다. 물론 이런 거래에 있어서 금액지불은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는 것!



결국 나는 몇몇 비싼 드레스에 눈이 한없이 올라가는 바람에 이 드레스 사이트는 스킵을 하고 미국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해진 중가 웨딩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구입하게 됐다.


www.bhldn.com











약간은 빈티지 스타일의 웨딩드레스를 제작하는 이 사이트는, 드레스의 가격도 미니 드레스의 경우 500불에서부터 일반적으로 1500불, 그리고 비싼 경우 3000불 정도의 가격의 드레스를 구비하고 있다. 자주 세일을 벌이기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는 신부라면 몇달에 걸쳐 기다리면서 세일기간에 구입하면 된다. (미국의 명절 시즌에 짧은 특가 세일도 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 곳의 하객 드레스, 한국보다는 화려한 화객드레스 중 색깔이 옅은 드레스를 리셉션 드레스로 구입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 같다. 또한 빈티지 스타일의 액세서리는 평소에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드레스에 비해 액세서리가 조금 더 비싸다는 점.


앤트로폴로지라는 패션 브랜드 모회사에서 이러한 빈티지 스타일을 원하는 브라이드를 위해 만든 웨딩브랜드라고 한다. 작년에는 한국의 모델 강승현이 이 곳의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보았다. 

나의 드레스는...



요녀석. 물론 세일하던 드레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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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잠깐 아주 사적이지만, 기분 좋았던 이야기를 하나 하고 넘어갈까 한다.

한국에 가기 전, 나는 갑자기 좀 바빠졌다. 결혼하자마자 미국으로 그냥 넘어왔기 때문에, 결혼식에 와준 분들에게 감사인사도 못했고 해서 작은 성의표시라도 할 요량으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덕분에 선물은 사지도 못했는데 맘만 좀 바빠졌다. 거기다가 몇몇 잡지사의 원고 청탁이 있어서(아주 감사히도)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은 미국의 패션디자이너 레베카 밍코프를 인터뷰 하고 돌아왔다(마리끌레르 2-액세서리 전문 잡지를 위한 것). 합리적인 가격의 고급패션라인을 자랑하는 레베카 밍코프가 한국에 론칭을 한다고 한다.


레베카 밍코프를 잠깐 설명하자면, 미국의 디자이너로 핸드백과 슈즈가 특히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나에게는 여전히 비싸지만) 판매되고, 한국여성들처럼 시크한 페미닌함을 보이고 싶은 여성들에게 잘 어울리는 제품으로 이미 몇몇 해외구매대행사이트를 통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다.




미국 글래머 매거진에 나온 그녀의 기사. (레베카 밍코프 코리아 제공)

딱 봐도, 뉴욕스타일의 예쁜 언니인데, 직접보면 모델 뺨도 때릴 것 같은 스타일에 외모, 몸매를 자랑한다.


어쨌든, 그녀의 인터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마리끌레르2를 꼭 참고하시기 바라고, 오늘 얘기하고 싶은건 인터뷰하기 전, 내 액세서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레베카 언니께서 '나 이 펜던트 맘에 든다'하고 칭찬해준 것을 좀 자랑할까 싶어서다.

물론 사람들끼리 만나면, '어머, 만나니까 정말 예쁘시네요!' '머리결이 너무 고우세요!' '오늘 그 드레스 어디서 샀어요?, 나도 사고 싶다!'라는 입에 발린 칭찬이 익숙한 이 바닥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조금 시니컬한 뉴요커 패션디자이너 언니가, 특히 액세서리에 강한 것으로 소문이 난(핸드백, 슈즈, 주얼리 등) 언니가 내 그리 비싸지 않은 목걸이에 관심을 보여주시다니, 뭐 어깨가 좀 으쓱할밖에.


꼭 자랑하겠다기 보다, 이 펜던트는 사실 내가 구입한게 아니라, 위스콘신의 작은 도시 웨스트벤드에서 살고 계신 우리 시어머니가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직접 해외배송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때는 서류상으로 혼인신고를 해놓기만 한 상태라, 실질적으로는 결혼식 전이었지만, 어쨌든 법적으로 내 시어머니가 되신 후 해준 의미있는 선물이었다.







특히나 펜던트는 '드림'이라고 뒤에 씌여져 있고, 이렇게 펜던트 안에 원하는 참을 구입해서 넣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시어머니는, 내가 프랑스 파리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 책을 좋아한다는 것, 여행과 음악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동안 나와 화상채팅을 하며 꾸준히 이해해주시고 이렇게 '손혜영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선물을 보내주셨던 것이다.


이게 실제로 얼마나 비싼건지 나는 잘 모르지만(아마 아주 비싼 건 틀림없이 아닐테다 우리 시집식구들의 선물 철칙은 '결코 비싼 것을 사주지 않는다'기 때문에, 매해 크리스마스나 생일 때가 되면 3만원 이하의 선물을 고르느라 오히려 더 힘들다), 상대방의 장점과 꿈을 이해하고 해주신 이 선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니 레베카 밍코프님께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셨을 적에, 나는 "이거 우리 시어머님이 사주신거예요, 호호"하고 자랑을 하며 뿌듯했던 것이다. 어쩌면 패션디자이너인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위해 눈여겨 본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소품이 나에게는 그냥 펜던트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시어머니의 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가 되어 더욱 좋았다고 할까.


미국남편을 만났다고 해서 '시월드'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뭐, 시월드의 부정적인 의미를 제하고라도, 내 부모님, 내 가족이 아닌 서로다른 문화권의 가족과 친해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꼭 '외국인' 시어머니라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시어머니'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신다. '내가 샤넬 백 하나 사줄테니 나한테 평생 고마워하고 잘해라' 하는 시어머니보다, '이거 내가 널 생각하면서 산 길거리 목걸이란다'(심지어 길거리 목걸이도 아니고)라고 웃어주는 시어머니가 정말 고맙다.

그렇다 오늘은, 그냥 좀 자랑질이었다. 9월에 브루클린에서 열리는 북페어 때문에 시어머니가 뉴욕에 놀러 오시는데, 나는 한국으로 떠나버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 다녀오라고 웃어주시는 우리 시어머니, 좀 자랑해도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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