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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5 뉴욕에서 집구하기 (6)




나는 뉴욕에서 집을 구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다. 정말 그렇다. 

뉴욕에서 방을 빌려서 살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일단 미국 신용등급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나는 한국인이고, 여기에서 일단 마이너스.

몇년동안 제대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미국의 택스 리펀 증명서 몇년 분이 필요하다.

나는 한국에서 돈을 벌었고 이역시 마이너스.

남편에게 툴툴댔다.

뭐 이런 나라가 다있냐. 돈 없어서 집 못사고 월세를 사는데도, 내 신용평가를 내어주어야 하고, 내가 얼마를 버는지 월급도 노출해야해? 이건 고등학교 때 엄마에게 내 성적표 갖다주는 심정보다도 나쁘잖아!

'한국에서는 말야...'에 이르렀을 때 나는 눈치를 보면서 스스로 입을 닫았다. 가장 나쁜 불평. 그러려면 미국에 왜 왔니.


여하튼 남편 역시도, 유나이티드 스테이츠의 시민이지만 몇년동안 외국에서 학생으로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 역시도 택스리펀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미국의 직장이 없다는 건 가장 큰 단점. 그리고 만약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증명을 하지 못하면 또 차인다.
맨하탄 일부 지역의 고급 빌라에서는 교수, 의사, 변호사가 아니면 입주할 수 없는 타운도 있다고 하니, '아 정말 이 망할놈의 자본주의라니!'라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예전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아만다가 입주민 모임에 나가서 입주민 인터뷰를 보는 장면이 있지 않나(거기서 흑인 농구 코치와 또 한 번 연애에 빠진다). 뭐 그런식인가보다.


브루클린의 파크슬로프 아파트에서 집주인에게 제대로 한 번 차인 후(심지어 나는 한국 택스 리펀 몇년치와 은행계좌까지 첨부했지만 소용없었다), 우리는 정말 상심하고 말았다.


나중에서야 알게됐지만, 한국 학생들의 대부분은, 일년치 월세를 한번에 납부하고 산다고 한다.  남편은 이것이 불법이라며 그럴바에는 홈리스로 살겠다고 펄쩍 뛰었지만 며칠 후 우리는 결국 이 억울한 돈의 논리에 굴복할 뻔 했다. "그냥 1년치든 6개월치든 먼저 준다고 하면 우리를 받아주지 않을까?" 이미 브루클린의 괜찮다는 동네들, 파크 슬로프, 클린턴 힐, 포트 그린 등을 돌면서 '솥뚜껑보고 놀란가슴 자라보고 놀란다' 가슴이 된 우리들의 비겁한 마음이었다.


며칠 후 우리는 퀸즈의 옛옛 힙스터 동네(브루클린에 완벽하게 밀려났지만)라고 알려진 아스토리아 지역의 좋은 주인을 만나 계약을 했다(남편이 신용등급이 좋았던게 아주 다행이었다). 6월 1일 입주라 아직도 떠돌이 신세긴 하지만, 그리고 여전히 브루클린을 그리워하고 있기는 하지만, 뒷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뉴욕시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 조건이 우리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어느새 뉴욕에서 우리는 방 2개 아파트가 2000불 이하라고 하면 '진짜 싸구나'라는 말을 연발하게 됐다. 이 망할놈의 돈!




Posted by NYCb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