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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4 뉴욕에서 한국 요리하기

한국에서 살 때는 미국영화 속의 배경도시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 도시의 특성도 잘 몰랐고, 어렴풋이 느껴봐야 동부와 서부가 다르다 정도라고 해야할까. 뉴욕, 샌프란시스코 정도만 귀에 들어왔을 정도였다는게 대부분 한국사람들의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와서 살다보니, 내가 좋아했던 미국 영화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장소가 현지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나는 현재 뉴욕시의 아스토리아에 살고 있다.

아스토리아가 어떤 동네냐 하면,




그렇다 행정구역상으로, 퀸즈에 위치. 맨하탄에서 강을 건너면 바로 있는 동네로 따라서 끔찍한 맨하탄의 물가를 견디지 못한 출퇴근족이 많이 살고 있고, 그리스 사람과 이탈리아 이주민들이 정착한 동네이며, 할리우드가 발전하기 전, 그리고 지금도 뉴욕의 영화를 만들던 스튜디오가 한켠에 몰려있기도 하다. 

사실 남편과 나는 브루클린의 파크슬로프 근처에 살기 위해 집을 구하러 다녔었는데(아무래도 퀸즈보다는 훨씬 젊음의 냄새가 흠뻑!) 역시나 집세 경쟁에서 완승을 거둔 아스토리아로 선택하고야 말았다(한달에 백만원이 더 절약되니 왜 아니겠나).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돌아가신 노라 애프론 여사의 생전 마지막 작품. 잠시 노라 애프론을 설명하자면,<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유브갓 메일>을 만들었던 여자감독으로, 로맨틱코미디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분이시다. 몇달전 이곳 브로드웨이에서 역시 톰행크스(!)가 주연을 맡고 그녀가 극본을 썼던 연극 한 편이 큰 흥행을 하며 상연이 되었더랬다.

하고싶지 않은 일에 치이며 하루하루 우울하게 보내는 줄리, 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힘이 빠지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가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전설의 셰프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가지고 매일 하나씩 요리를 만들며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리고 유명 블로거가 된다.


인디안 레스토랑 2층에 위치한 집 때문에 매일 투덜대던 그녀가 살던 곳이 바로 아스토리아였다.. 뭐 이 말씀.




그녀 뒤로 강이 있고 맨하탄이 있다. 이곳은 바로, 퀸즈의 아스토리아! 우리집에도 이렇게 루프톱이 있으면 좋으련만.


친구들은 다 승승장구인데, 나는 지금 무얼하나 싶은 젊은 우리들의 모습이 바로 줄리의 모습이다.


전설의 셰프 줄리아 차일드


그녀는 요리블로그를 운영하며 점차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게 된다.



사실 이 동네에 있다가보면 맨하탄 출퇴근족이 집으로 돌아오는 5시반~6시에는 지하철역부터 우르르 넥타이부대들이 걸어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다행히 우리는 인디안 레스토랑 2층에 살고있지는 않고, 대신 둘이 살기에는 넉넉히 넓은 주방 덕분에 나 역시 줄리처럼 요리를 자주 하고 있기는 하다. 줄리처럼 엄청난 요리는 하지 못하지만, 한국 요리를 미국에서 해낸다는 건 그리 쉬운일만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 슈퍼마켓이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매일같이 30분넘는 거리에 있는 한국 슈퍼에 가기는 쉽지가 않으니까. 그리고 또, 사고 싶은 것은 '냉동'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나는 그동안 이런 음식을 만들었다.


1. 한국요리


동네에 두반장 판매하는 곳이 없어서 된장과 고추장을 적절하게 섞고, 거기에 고춧가루로 고추 기름을 내서 마파두부 덮밥을 만들어봤다. 대략 맛이 나서 일단은 합격. 그러나 남편이 미묘한 차이를 감지. 착한 남편이지만, 외국인인 남편이 모든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달라고 애원하는 메뉴가 있다. 마파 두부 덮밥, 카레 덮밥, 제육 덮밥 등.




나는 물냉면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비빔냉면을 좋아한다. 국수는 한국마트에서 사면 되는데, 이 절임무와 오이를 만드는 건, 집에서 일일이 해야만한다는 번거로움이. 나름 그럴듯해보이기는 한다....?! 그죠?



오징어 무국. 한국 무를 잘 팔지 않고 오징어 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남편없이 혼자 밥을 먹을 때를 대비해서 저장음식들을 많이 해놓는다. (남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멸치볶음과 장조림. 그리고 물론 구입한 김치와 깻잎. 여기 배추는 한국에 비해 질기다. 그래서 아직은 자신이 없다...



물냉면. 드디어 해먹었다! 국물이.. 아직은... 음. 한국에서는 물냉면을 굳이 해먹지 않아서 몰랐는데, 여기 마트에서 보니 '냉면용 다시다'가 있더라. 얼마전 유명 한국 냉면집에서도 '다시다 육수'를 사용한다는 것을 보고 참.. 씁쓸했었는데. 심지어 그 다시다 용량을 어떻게 하는지 그 비법을 돈주고 판다고 한다.




내 여름 친구, 손혜영표 비빔국수. 나는 총각무가 적절하게 익었을 때, 비빔국수를 해먹는다. 부모님하고 같이 살 때, 내가 저러는 것을 본 우리엄마가 김치 좀 그만 넣으라고, 짜다고 면박을 주셨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어쨌든, 우리나라 국수 요리의 핵심은 바로 저, 삶은 계란! 난 반쪽 말고 하나 다.



김치찌개와 푸릇푸릇한 나물들로. 나중에 남은건, 혼자 비빔밥.


닭칼국수를 해보았다. 뭐 레시피들 다 많은데 냉장고에 있는게 애호박이랑 닭가슴살밖에 없어서.

닭가슴살칼국수.



미국에서는 신선한 해산물을 사기가 쉽지가 않다. 미국 사람들은 주로 고기만 먹는 듯. 구입하려고 해봤자 잘 손질된 연어나 농어 정도랄까? 고등어를 구해 조림을 하고, 남편이 없어 남은 음식 처리. 너무 착해졌다 손혜영. 네가 이렇게 머리와 꼬리만 먹다니, 남는음식 처리하는 가정주부가 되다니!





그러니까,  전날 먹은 삼계탕의 국물이 아까워 국물과 남은 닭을 냉장고에 두었다가 다음날 닭은 잘 손으로 발라내고, 찹쌀을 불리고 먹을 시간이 없어, 그냥 밥을 투척하여 만든, 이른바 해장식 급닭죽.



이 역시, 집에 남아있는 모든 재료를 (여기엔 샐러리, 당근, 브로콜리, 목이 버섯 등이 들어가 있다)  넣고, 굴소스로 간하고 녹말물을 넣어 대략 만든 해물잡탕.


네, 그렇습니다. 삼계탕입니다.

여름이 되니까 한국에서 2년간 살던 남편이 매일 삼계탕 노래를 불렀다. 한국마트를 뒤져도 황기 찾기가 쉽지 않다. 생밤은 물론 얼어있고, 그래도 열심히 국물을 내고, 삼계탕을 만들어보았다. 한국에서는 내가 삼계탕만큼은 자신있었는데....



우리집은 2층집이다. 1층에는 주인 아저씨가 산다. 뒷마당은 공동인데, 아무래도 주인아저씨가 사니까 가보지를 않는다. 몇주 전에는 주인 아저씨가 한아름 무화과를 안겨주셨다. 아이고,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무화과인데, 그리고 여자 몸에 그렇게 좋다는 무화과인데, 몇개 먹고 나니까 남은 아이들이 자꾸 물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반은 무화과 청을 담고, 반은 무화과를 말렸다.



몇달 지나고 나면, 설탕 대신 음식 같은데 넣어 쓰기 좋겠지? 미국에 매실이 없다는 것이( 저번에 작은 박스에 파는 것을 봤는데 가격이 어마어마) 아쉽다. 다음주에는 코스트코에 들러 생라즈베리를 잔뜩 사다가 또 한 번 담을까 한다. 베리 종류를 청으로 담으면, 주스로 마시기도 좋지만, 칵테일에 넣어 마셔도 맛이 그만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담아주신 오디효소를 주스로 마신 적이 있는데, 친구들이 놀러온 김에 실험삼아 오렌지가 담긴 보드카에 넣어봤다. 점성이 달라서, 오디 효소가 밑으로 가라앉으며 데킬라선라이즈처럼 아름다운 색이 만들어지는데다 맛도 그만. 당신도 믹솔로지스트가 될 수 있다.




집에 음식건조기가 있어 가끔씩 이렇게 이용하는데 집에 남아있는 과일들, 딸기, 파인애플, 토마토, 바나나, 키위, 사과 등등을 가끔 쫀득쫀득할 정도로 말려서 술안주로 먹기도 하고, 샐러드에 넣어도 좋은 것 같다. 특히 무화과는 말리니까 달달하고 쫀득쫀득해져서 아침 저녁으로 하나씩 먹는다. 여자들에게 특히 좋다고 한다. 어머니 말씀이.


물론 나는 현재 다양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매일 먹고 싶을 때마다 한국 슈퍼에 가기도 그렇고, 몇가지 채소가 없으면 또 음식이 아쉽고 해서 몇가지 쌈채소를 키우고 있다. 보들보들한 한국식 상추, 그리고 깻잎과 쑥갓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혼자 살 때 그랬지만 깻잎 몇장 먹자고 한무더기를 사면 나머지는 다 버리게 되는 경우가 흔해서, 키우기 시작했다. 아직은 새싹의 단계이기는 한데, 조만간 무럭무럭 자라리라. (게다가 몇주 전 뉴욕 날씨가 36~39도를 넘나드는 이상고온을 기록해서, 이 아이들이 한동안 흐느적거리며 성장을 늦춘상태다)


2. 서양요리?@@


아무리 주는대로 잘 먹어주는 남편이기는 하지만, 외국분이신 관계로 우리는 가끔씩 이렇게 어정쩡한 서양요리를 먹기도 한다. 미국이 좋은 건, 외국 요리를 만들 때 재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루콜라 바질 이런것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이고, 저기 아직 정리되지 않은 전선에 포커스가 맞아버렸지만. 일단 루콜라를 사랑하는 나는 루콜라 샐러드와 크랩로제소스 파스타로. 이게 사진에 보기에는 이래도 나름대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은 기억만으로 대략 만든거라 맛은 괜찮았다. 일단, 제대로 맛이 나는 크랩미트를 구입하면 된다. 가짜 말고. 일단 나는 토마토 소스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올리브 오일에 다이스드 되어 있는 토마토를 팬에 넣고 토마토 주스가 나올 때까지 잘 팬프라이하다가 크랩미트를 넣고 화이트와인을 넣어 비린내를 제거한 후, 게살이 잘 익었을 때, 여기에 생크림을 넣고 잠시 끓여 소스를 만들었다. 뭐 대략 흉내는 내었던 것 같다. 물론 링귀니가 가장 잘 어울리지만, 스파게티가 남아서.



이건 무슨 예전 요리프로그램(한때 한국에서 밤새도록 올리브채널을 보았던 사람이 나다)에서 가르쳐줬던 내용대로 삼겹살을 팬프라이 한 후, 오븐에 넣고 오렌지를 글레이즈 될 때까지 소스를 만들어 바삭바삭하게 고기에 발라주며 구워봤다. 남편이 처음으로 "이건 레스토랑 수준이야!"라고  칭찬...(수줍) 사진들은 이따위지만


남편은 미국사람인데도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두꺼운 고기는 너무 고기를 학살하는 느낌이 있어서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나. 그래서 한국식의 얇은 고기를 더 좋아한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건 오히려 내쪽. 스테이크를 팬에 구운 후, 오븐에 넣고 발사믹 소스를 만들어 야채와 함께 구웠다.


남편이 좋아하는 건 바질페스토 파스타다. 위스콘신출신이라 워낙 시푸드를 먹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은 듯. 나는 시푸드가 들어간 파스타를 좋아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양파도 잘 먹지 않아서, 샐러드처럼 파스타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바질 구하기가 쉬워서, 바질 한단에 잣, 그리고 그라나 파다노(파마산 치즈의 일종)치즈, 그리고 올리브 오일을 잘 갈아서 페스토를 만들어둔다. 급하게 배가 고플 때는, 파스타를 삶아 차갑게 해두고, 토마토, 그리고 구워 익힌 파프리카, 가지, 양파, 애호박등을 함께 넣고 샐러드처럼 섞어 먹는다. 옆에는 미국식 소시지를 잘 삶아 구워익힘.




마지막으로 오늘 점심을 함께 한 녀석인데 처음으로 '퀴노아(Quinoa)'라는 것을 구입해봤다. 조처럼 작은 곡식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어떤 식물의 씨앗이라고 한다. 몸에 좋아서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음식이란다. 나의 경우에는 냄비밥을 만들듯 센불에 끓이다가 약한불에서 오랫동안 물이 졸아들 때까지 10분정도를 끓이고, 이후 찬물에 씻어서 그늘에서 말려 준다음 샐러드에 섞어주었다. 이곳에서는 쿠스쿠스를 많이 사용해서 샐러드와 함께 먹는데, 아마도 '글루텐'알러지를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글루텐이 몸에 좋지 않다고들 하여 빵이나, 파스타를 피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러한 새로운 곡식들을 이용하는 것 같다.

최근 서점에서 알랭 뒤카스가 낸 레시피 북을 보니 'Millet'라고 하는 곡식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한국에서 주로 많이 먹는 '조' '수수'등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 퀴노아에 완두콩을 삶아, 콩 껍질의 질긴 곳을 제거하고 껍질까지 한꺼번에 넣어보았다. 여기에 토마토(방울토마토가 나을 것 같다. 물이 너무 많이 나온다. 집에 방울토마토가 없어서 토마토를 사용했더니 물이 나오는게 좀 그렇다), 당근, 파프리카, 그리고 치즈에 올리브 오일, 레몬즙, 소금, 후추, 그리고 큐민을 넣어 드레싱을 완성했다.

그래도 나의 육식 식성은 어찌할 수가 없어, 바게뜨와 함께, 오리 테린을 함께.








Posted by NYCbride